지난 3월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됐지만 전북에서 첫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사고 현장에는 아이 부모도 있었지만 불법 유턴 차량이 아이를 덮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사고 현장인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버스정류장 앞은 평소에도 불법 유턴과 무단 횡단이 잦은 곳이다. 왕복 4차선 도로로 중앙분리대가 끝나는 지점에서 불법 유턴이 다반사였지만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만 돼 있을 뿐 안전시설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관련 표시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나 CCTV도 설치되지 않았다. 게다가 운전자들도 1km 전방에 회전교차로가 있음에도 이곳에서 불법 유턴을 일삼아 항상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에야 전주시는 사고 현장의 중앙선에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고 교통안전 시설물 보강공사에 나섰다.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준법의식이다. 어린아이들이 통행하는 어린이 보호구역내 운행 시에는 항상 안전 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처벌 규정이 강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 생명과 안전이 걸려있기에 어린이 보호 운전이 당연하다. 스쿨존에선 언제 어디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기에 운전자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운행 법규를 준수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 교통안전 시설물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아직 도로 안전시설물 구축이 안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전북지역 어린이 보호구역 1015곳 중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된 지역은 현재 38곳에 불과하다. 교통신호기도 273곳에만 설치돼 있고 무단 횡단을 방지하는 안전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수두룩하다.
어린이 안전을 강화하는 법규만 만든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운전자의 어린이 보호 및 준법의식이 우선 고양되어야 하고 스쿨존의 교통안전 시설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