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청사 로비 천장에서 물벼락이 쏟아져 방문인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37년 된 냉난방배관이 수차례의 땜질에도 버티지 못하고 터진 것으로, 시설 기능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전주시청사의 노후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4일 오전 전주시청 로비 천장 곳곳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한 뒤 20여 분만에 바닥 전체가 흥건해졌다. 전주시청이 로비를 시민쉼터로 만든다는 취지로 최근 ‘책기둥 도서관’을 조성했지만 책과 책장, 조명등, 쉼터 등이 젖었다. 당시 앉아서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던 방문객들도 서둘러 자리를 피해야 했다. 시 담당 직원들이 빠른 수습에 나섰지만 물바다가 돼버린 로비를 복구하기까지 한참 걸렸다.
전주시 관계자는 “로비 천장 위를 지나는 냉난방배관이 노후화되면서 연결부분에서 누수가 일어났다”며 “청사가 지어진지 30년이 넘었고 특히 1980년대 배관이 요즘 제품보다 약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노후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전주시청사 내 ‘물 새는 천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냉난방배관이 각층 사무실과 로비를 촘촘히 지나는데, 오래돼 약해진 부분에서 물이 새면 그때마다 부분 보수를 해왔다. 문제는 누수 현상이 반복되는 데다 범위가 늘고 있다.
관 교체가 근본대책이지만, 전주시는 부분보수만 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새 관으로 교체하려면 청사 각 층의 천장 전체를 다 뜯어야 하고, 공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사무실에서 머물기가 어렵다. 예산도 수십억 원대다. 청사 보수를 위해 사무실을 임시로 옮기고, 고치는 예산이 새로 짓는 예산과 비슷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청사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다. 현 청사의 노후화와 이에 따른 시설 기능적 불편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더이상 신청사 건립을 미룰 수 없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실린다.
최근 시에서 재단장한 주차장도 비좁은 청사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탓에 주차장 진입로에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아 차량 이동 불편이 컸다. 이를 막기 위해 시가 이달부터 진입로를 따라 중앙분리대를 설치했지만, 불법 주정차를 막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불편만 주고 있다.
이날 오전 청사를 찾은 시민 김순애(62) 씨는 “시민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좋지만 민원·업무를 보는데 안전 위험이나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며, “청사 이전이든 이 자리에 짓든 조속히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