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0년,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바라본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 위해 국가이익관 확립 필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적대 경계해야"
"한미워킹그룹 남북관계 개선 걸림돌"

우리나라와 북한, 미국 3국의 정세가 안개 속이다. 북한은 최근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우리나라를 향한 강경발언을 이어가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열린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에 선언했던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하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남북간 긴장이 높아지고 국제관계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본보는 대북 전문가이자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장수 출신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게 현 남북의 상황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의견을 서면 인터뷰로 정리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적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갈등을 겪는 대북 문제에서 강대강 대결로 가면 서로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견해다.

영상이 공개되며 충격을 안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서는 단순히 하나의 건물을 붕괴시킨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로 가는 출발점 같은 상징을 무너뜨린 것으로 해석했다.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는 북한 문제는 김정은 체제를 적대시 하는 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과 4·27선언, 9·19 평양선언, 군사 분야 합의 등을 이행하라는 요구로 풀이했다. 전단 살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충격적인 방법을 썼다는 것이다.

북한이 냉각기를 갖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한 마디에 정책이 빠르게 수립되기도 하고 철수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제도(전단 살포 금지 관련법)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에 대해 알리고 정부 의지를 보이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부의장은 한미 관계에 민감할 수 있는 워킹그룹에 관해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남북협력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공조를 위해 만든 협의체가 한미워킹그룹이지만 사실상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에는 각자 입장 차이로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네오콘(미국 공화당 중심 신보수주의자) 같은 세력이 있다. 이들은 북핵 문제를 빌미로 한반도에 분란을 조성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주도권을 더 강화시키길 원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워킹그룹 출범 이전에도 한미동맹은 공고했으니 워킹그룹 이전으로 돌아가 판문점선언 시점에서 대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부의장은 “평화라는 말은 ‘모두가 두루 잘 먹는다’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불가피한 현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새로운 한반도체제 구축 동력을 만들어 나가려면 맹목적인 반북의식과 대국 추종주의가 주류를 이루는 뿌리 깊은 외교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