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풍경이 있는 풍경

바람이 붑니다. 도솔산이 까르르 웃어 젖힙니다.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제 몸을 뒤집는 게 아니라, 나뭇잎이 어서 와 어서 와, 손 까불어 바람이 이는지 모릅니다.

선운사 극락전 처마 끝에 풍경(風磬)이 매달려 있네요. 그 풍경에 물고기 한 마리 매여 있고요. 출처를 모르는 바람처럼 가는 곳을 모른 채 평생 헤엄치는 저 물고기, 어디서 온 어떤 바람이 어디로 밀어 대는지 알고 싶었겠지요. 티끌 한 점 없는 허공에 뜬 저를 흔들고 가는 것이 어떤 연(緣)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싶었겠지요. 제 눈꺼풀을 잘라버렸습니다.

몸도 없고 색도 없고 향내도 없는 바람이 없는 길을 걸어와 저를 흔들 때, 그 형체도 없는 것에 제가 흔들릴 때, 물고기는 저를 흔드는 것이 곧 나뭇잎 같은 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바람을 청하는 마음에 제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땡그랑 땡그랑 저 물고기, 바람을 부르고 싶어서 스스로 종메가 되었습니다. 바람 따라 어디까지라도 퍼져나가고 싶어서 아프게 제 몸 부딪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