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이 학교 신설 문제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주 에코시티에 학교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전북교육청은 전제 조건으로 지역의 작은 학교 통폐합을 요구받고 있다. 학생 수 감소 추세가 계속되는 만큼 택지개발지구에 학교를 신설하려면 원도심이나 외곽의 작은 학교를 이전·재배치 형식으로 사실상 통폐합하도록 해 학교 수 증가를 막겠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중산층 이상이 더 나은 주거지를 찾아 앞다퉈 도시의 옛 중심지를 빠져나가면서 발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주민들이 갈수록 쇠락하는 원도심에 남아 지역의 정체성을 붙잡고 있다. 그런데 이제 남은 원주민들이 품고 있던 학교마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나간 사람들이 자리 잡은 새 아파트 단지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아예 원도심을 떠나거나 재생이 아닌 재개발을 통해 낡은 주거지를 갈아엎고 번듯한 아파트를 세워 학교를 지켜내라는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딜레마에 빠진 전북교육청은 정치적 카드를 꺼냈다. 지역 국회의원들을 통해 교육부를 설득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26일 지역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학교 신설 현안에 대한 정치적 지원을 요청했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 현안을 비공식적인 정치적 로비로 풀어내겠다는 접근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요청을 받은 정치인들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설령 지역 정치인들이 사활을 걸고 나선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된 이 예민한 사안을 교육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들어줄 리 없다.
그렇다고 작은 학교 통폐합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고수하면서 마냥 세월을 보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저출산 시대, 학교 재배치 필요성을 애써 외면하기 어렵고 하루빨리 학교를 세워달라는 신도시 주민들의 민원도 흘려버릴 수 없다. 교육부의 정책(학교 총량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당장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 대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일정 부분 학교 수를 줄일 수 있는 초·중 통합학교나 도시형 분교 등이다. 실제 서울과 경기·충북 등에서는 이런 형태의 학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교육청도 이를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짚고 싶은 부분이 있다. 교육부의 정책은 저출산 시대, 학교 설립 기준을 강화해 학교 신설을 가능한 억제하자는 취지이지 도심 작은 학교를 없애는 데 우선적인 목적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전북교육청의 해법은 택지개발지구에 새 학교를, 그것도 기준에 맞춰 그 수를 꽉 채워서 세워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대안도 원도심 작은 학교를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
여건이 변한 만큼 이제는 학교 설립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과 인식이 필요하다. 학교 신설을 위한 대안은 새로 학교가 필요한 택지개발지구에 우선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불편과 고통이 따를 수 있다. 그 불편은 새로 조성되는 택지로 이전하려는 주민들이 선택에 앞서 예상하고 각오해야 하는 기회비용이어야 한다. 쇠락하는 공동체를 힘겹게 붙들고 있는 원도심 주민들에게 느닷없이 날아드는 비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생겼다. 지난 2017년의 경우처럼 원도심 작은 학교를 일방적으로 선정해 통폐합 대상으로 불쑥 올려놓고 찬반 여론조사 결과에 학교의 존폐를 맡기는 일이 다시 생길까 우려된다. 이제라도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