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간부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기 힘들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여성공무원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군청의 소극적인 초기 대응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잇따랐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등 여성단체는 지난 17일 회견을 열고 “전북도는 임실군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이에 따른 예방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고인은 용기를 내 피해사실을 호소했지만, 누구 하나 자기 일처럼 나서지 않아‘사회적 타살’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지난 11일 오후 5시 30분께 임실군청 팀장인 피해자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달 초 간부 인사로 인해 과거 자신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국장과 함께 한 부서에서 일하는 게 끔찍하다며 지인들에게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대리운전을 시켜 집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차에 탔는데 갑자기 짐승으로 돌변했다. 옷이 반쯤 벗겨진 상태에서 도망 나왔다. 그 사람을 다시 국장으로 모셔야 하니까 싫다”는 내용도 적었다.
평소 활달한 성품인 피해자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군청 안팎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더욱이 가해자로 지목된 국장이 범행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경찰 수사에 시선이 집중된 게 사실이다. 경찰도 피해자 휴대폰을 입수해 포렌식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죽음으로써 진실을 알리려 했던 고인이 지목한‘군청 간부 연루설’의 진위 여부다.
경찰은 유족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아 지금은 내사 단계지만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족과 지인 등을 상대로 기초 조사를 한뒤 간부들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피해자의‘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인이 지병으로 휴직했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언론에 밝힘으로써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치단체나 주위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기 때문에 고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언행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내 성추행·성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교육은 물론 강력하고 지속적인 근절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