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달맞이꽃이

거미줄에 걸린 빗방울이었습니다. 떡갈나무 잎새에 덮인 옹달샘이었습니다. 졸졸 속살거리며 실개천은 몸집이 커졌지요. 동네 앞을 지날 때쯤 제법 찰랑거렸지요. 개울물에 종이배를 띄우고 따라가던 까까머리 시절도 있었지요. 막 여드름이 돋던 시절 맞닥뜨린 강물은 얼마나 먹먹하던지요. 그 큰 강 앞에서 얼마나 벅차올랐던지요. 수평선 너머를, 은하수 건너를 꿈꾸며 잠 못 이루던 때 있었습니다.

사나흘 퍼부었습니다. 큰물 구경 나갔던 생각에 집 앞 냇가로 나갔습니다. 붉덩물에 둥둥 떠내려가던 호박덩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윗동네 누구네 허름한 살림살이도 떠내려오지 않았고요. 어려선 신이 났었는데 나잇값 못하고 겁먹었습니다. 길을 끊을 듯이 둑을 넘을 듯이 달려드는 큰물이 무서워 그만 돌아섰습니다. 비 그치고 늘 거닐던 산책길, 무성하던 갈대가 드러누워 있습니다. 밤새 잡아끄는 손 뿌리치느라 몸살이 난 것이지요. 홍수에 쓸린 갈대숲, 쓰러진 달맞이꽃이 허리를 세웁니다. 대낮에 노랗게 꽃불 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