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봉선화(鳳仙花)

아무리 조심조심 내딛어도 불어난 위봉폭포 수 소리보다 더 쿵쿵거립니다. 꽃잎처럼 가벼운 마음 아니라 귀 떨어져 나간 저 옥개석보다 무거운 내 발걸음 탓입니다. 완주 소양 위봉사(威鳳寺) 보광명전 앞마당, 꼭 우산만 같은 소나무 아래 돌탑을 돌고 돕니다.

일주문 지나 천왕문 축대 밑에 봉황을 닮아 피었습니다. 행여 쉬이 눈에 띌세라 빨강 아닙니다. 두고 온 저 아래 속세처럼 분홍, 분홍입니다. “떨군 고개 들어 목젖에 걸린 낮달을 삼키는/ 돌탑 뒤 저 사미니/ 눈물 감추는 게 아니다 어룽어룽 자꾸만 따라붙는 그림자/ 산문 밖으로 밀어내는 거다”(졸시 <목어> ). 그래요, 인연이란 끊기가 더 어려운 거라지요.

굽이돌아 위봉사입니다. 돌탑을 도는 내 발걸음이 간간이 우는 천둥소리보다 더 쾅쾅거립니다. 잠 못 들던 밤, 마음 돌절구에 저 분홍 꽃잎을 찧었더랬지요.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 첫눈이 내렸고요. 달포 넘게 장마, 파랗게 이끼 앉은 바위보다 축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