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예고 내년에는 꼭 일반고 전환해 주세요

정태표 전 전주예술고 교장

2006년 교직에서 퇴직한 뒤 특목고인 전주예고에 부임할 당시 기억이 새롭다. 학생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첫 인사를 하자 예술꿈나무들이 크게 환호했다. 학생들은 교장인 필자를 ‘이사도라’라고 불렀다. 24시간 돌아다닌다고 해서 학생들이 만들어준 별명이다.

선생님들께도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니 사랑과 헌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가르치자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이사장한테 줄 서지 말고 학생들에게 줄 서라’고 농담처럼 이야기 했다.

보람도 있었다. 자찬 같지만 40~50명에 그치던 서울의 대학 진학생을 109명까지 끌어올렸다. 학생에 초점을 맞추고 최선을 다한 결과 대학입시에서 전주예술고가 명문으로 부상했다. 전국 각지에서 전주예고에 오는 학생들도 35%나 되었다. 소녀시대 ‘인피니트’가 탄생되고, 전국 무대의 예술마당에는 전주예고생이 두각을 나타날 때의 감회는 늘 뿌듯했다.

2008년 익산 피아노고가 폐교될 때 갈 곳 없는 학생들을 받아들였던 결정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갈 학교가 없어 전북교육청도 난처해 했고 학부모들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피아노고 학교운영자들이 무능했고 전북교육청이 감독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지 학생들이 무슨 죄냐”며 학생들을 전주예고에서 전격 수용했다.

교원노조 선생님과 학운위도 반대했지만 “피아노고 학생들은 피해자다” “학생만 생각하자” “학생 입 퇴학의 권한은 학교장이다”며 반대를 뿌리쳤다. 교육청 직원들도 이런 학교현장의 회의 광경과 열정을 보고 감탄했다.

전주예고는 수업료와 레슨비용을 포함하면 학생 1인당 연간 1천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고등학교가 의무교육으로 수업료 면제를 받지만 전주예고는 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일반고로 전환하려 하는 것이다. 예술교육을 병행하면서 일반고 운영을 하면 학생 부담이 크게 덜어진다.

전주예고는 경영 어려움 때문에 2년째 일반고 전환을 요구했지만 올해도 전북교육청이 미승인 했다. 경남 전남 울산 등의 예고들은 교육청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전북은 교육청의 지원이 없다.

필자는 2011년 퇴직했다. 9년이 흐른 사이 학생 숫자는 60% 수준에 그치고 있고 선생님 봉급도 삭감되었다. 법인 전입금 비율이 낮다고 지적하는데 학교법인은 임야 등 부동산 재산이 전부다. 수입창출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능력이 있는 데도 재정을 전입하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일반직원 과다 문제도 2년 안에 정상화 된다. 어려운 게 아니다.

또 하나는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다른 예고들은 일반고로 전환돼 수업료 부담이 없는데 전주예고생은 한 학기에 1백만원 이상 내야 한다. 레슨비 부담도 크다. 학생 학부모 78%가 일반고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수 구하라 사례는 너무 가슴 아프다. 전주예고 1학년을 마치고 수업료 부담 때문에 고향인 광주실업고로 전학을 갔다. 구하라가 만약 3년 동안 전주예고를 다녔다면 극단적 행동은 없었을 것이다. 천진스럽고 웃음이 많았던 학생이었다.

최근에 대전예고는 일반고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모든 권한은 교육감에 있다’라고 발표했다. 대전예고처럼 오로지 학생만 생각하면 해법이 나올 것이다. ‘학생을 사랑하고 선생님들은 우리의 가족이다’라는 김승환 교육감의 교육철학은 이 시대 의미가 크다.

전주예고는 1992년 설립된 전북지역 유일한 예술계 특수목적고다. 그런데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고교 의무교육이 실행되는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또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일반고로 전환해 젊은 예술인들이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태표 전 전주예술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