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 민족의 시련을 돌아보다

오상근 작가, 새 장편소설 ‘폐광’ 출간
임실 구운·남산광산 양민학살사건 배경

무거운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오상근 장편소설 <폐광> (도서출판 세시)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951년 3월 14일, 구운광산(임실군 강진면 백련리 소재)과 남산광산(임실군 청웅면 남산리 소재) 입구에 산처럼 쌓아놓은 마른 고춧대와 솔가지에 불이 붙었다. 이른 바 ‘오소리작전’. 빨치산 부역자로 낙인찍힌 700여명이 폐광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이들을 살상하려는 작전을 벌인 것이다. 이 일로 피신해 있던 부녀자, 노인, 아이 등 수 많은 양민들이 연기에 질식돼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오상근 작가는 소설 ‘폐광’의 배경을 여기서 가져왔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끼어 처참한 삶을 살아야 했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과의 평범한 삶을 갈구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절규를 전한다.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을 축으로 하고 있는 소설인 만큼 우리 민족만이 짊어지고 가야 하지만 치유할 수 없는 기억을 한 가족이 겪어야 했던 시련과 갈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오상근 작가는 이번 소설에 대해 “배경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사회성을 갖고 있지만, 결국은 평범한 우리의 선대 중 누군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꾸며보려 했다”며 “미스터리를 표방했지만 너무 사회성을 강조한 것은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작가 스스로도 소설 <폐광> 은 무거운 이야기다. 읽는 이에게 저절로 심각한 표정을 짓게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오히려 단순하고 간단하다.

“독자들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그것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현실은 사실 행복한 일상이며, 이 일상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참혹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책은 전북문화관광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역문화예술육성금을 지원받아 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