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사과에도 침묵하는 KT&G "응답하라!"

▲ 김진만 사회부장

장점마을 주민들은 애간장이 탔다. 감사원 조사가 왜 이리 더디냐고 수차례 항의했다. 감사원은 조사가 더 필요해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형식적인 공문 한 장으로 주민들의 화를 돋웠다. 피를 말리던 1년 4개월이 걸려 기다리던 감사결과가 나왔지만 주민들은 또다시 분노한다.

감사원은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비료공장의 인허가 과정을 집중 점검했다. 허가 이후 절차에 따른 지도점검이 이뤄졌는지도 들여다봤다.

익산시의 인허가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됐고, 허가 이후 지도점검도 허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익산시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결과에 주민들은 묻게 된다. 10여명의 주민이 집단 암으로 이미 사망했고, 아직도 10명 넘게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공무원들이 허가과정에서 행정 미숙을 보였고, 지도점검이 허술해서 주민들이 집단 암에 걸렸다고 결론지은 것인가. 이게 직접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는지 말이다.

감사결과에도 나와 있듯 비료공장은 퇴비를 만들겠다며 KT&G로부터 연초박을 반입해 하루 수백갑의 담배연기를 마을로 뿜어댔다. 연초박이 무엇인가. 불량 담뱃잎찌꺼기인 폐기물이다. 이 폐기물을 태우며 발생한 필터 없는 불량 담배 연기를 주민들이 매일 들이 마셨다는 것을 감사원도 인정했다. 퇴비를 만들겠다던 연초박은 불법으로 유기질비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료공장에서 연초박으로 퇴비를 만들겠다는 신고가 접수된 2007년부터 반입된 것만 2420톤. 마을 주민들은 불량 담배 연기를 이렇게 10년 넘게 들이마셨다.

앞서 연초박을 태우며 발생한 연기가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암을 유발했다는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도 있다.

퇴비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 KT&G가 연초박을 반출한 결과라는 말이다.

KT&G가 제대로 시설이 갖춰졌는지 확인만 했더라면 어땠을까. 주민들이 KT&G를 원망하며 성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감사결과에는 연초박을 반출한 KT&G의 책임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주범의 책임이 쏙 빠진 감사결과로 평가되는 이유다.

행정 공무원의 지도점검 소홀이 마치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을 일으킨 원인으로 몰아세운 감사결과가 얼마나 설득력이 가졌는지 되묻게 된다.

처리능력 없는 비료공장에 연초박을 배출해 이 사태를 만든 KT&G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뒤 공식 답변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묵묵부답이다.

감사원은 감사영역이 사기업까지 미치지 못한다는 핑계를 삼았지만 KT&G는 약속대로 이번 감사결과에 따른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담배인삼공사. KT&G는 민영화됐지만 공기업으로 출범했고 현재도 공기업 성격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국민의 아픔을 디딤돌로 재계서열 27위까지 성장한 KT&G의 최대주주도 국민연금이다. 국민 아픔을 성장의 마중물로 삼은 KT&G는 더 이상 국민 아픔을 자양분으로 삼아선 안 된다.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도지사까지 사과했는데 직접적 원인 제공자인 KT&G는 침묵하고 있다.

이미 돌아가신 10여명, 하루하루 고통과 마주하며 힘겹게 투병중인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전혀 할 말이 없는가. KT&G는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