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겐 엄격하고 주위에 관대하자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솔로몬 왕, 허준 선배님의 늦은 휴가 덕분에 오늘은 제가 주연이 되렵니다.

꽤 오래전, 15년은 흘렀을까요. 30대 중반의 제가 모임에서 청년부 교사 역할을 맡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대학생 두 명이 묻습니다. “선생님,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이 죄인가요?” 제가 답합니다. “아니, 왜 내게 물어요? 신께 여쭤야죠?” 묻는 걸 보니 평소 제가 싫지 않았나 봅니다. 제 생각을 말했습니다. “죄라 생각하면 조금의 고민도 마세요. 설령 죄가 아니라 생각해도 주변을 살피길 바랍니다.”라며 그 이유도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은 자신 혼자가 아니더군요. 자신과 달리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변명 또는 불필요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어린이들에게는 신체적 위해와 교육적 혼란을 불러 나쁜 영향을 끼치기에 상대적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앞에서 매우 조심해야 할 거예요.”라고 말을 맺었습니다. 다행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주는 그들이 참 예뻤고, 동시에 저 자신을 돌아보며 가소로워 부끄러웠고 말에 책임지려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7년 여전 햇살 화사한 어느 날입니다. 기다리던 건널목 파란불에 길을 건너는데 옆에 있던 표정 밝은 어린이가 손을 들고 함께 건넙니다. 마주한 어린이의 눈빛엔 궁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오해하며 물었습니다. “공주님, 혹시 우리가 언제 만났던 적이 있었나요?” 어린이가 되려 묻습니다. “아니오. 그냥 궁금해요. 어른들은 왜 그냥 건너세요?” 순간 뭐라 할까 고민했지만 비교적 떨어지는 순발력은 아닌 터라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른들은 키가 커서 손을 들지 않아도 차에서 잘 보여요.” 저는 사실 아직도 그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았던 저였는데 더는 그런 제가 아니더군요. 하지만 어린이 덕분에 조금 더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후 밝은 표정 맑은 눈의 어린이와 마주칠 때면 움찔하며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 언어와 행동을 더욱 조심하며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일입니다.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전문가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누가 봐도 다툰다고 생각할 만큼 서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유는 서로 달랐습니다. 제 친구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제가 답답해서였고, 저는 알아들으면서도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또한 서운해서 역정을 내는 속 좁음이었습니다. 같은 날 도청 밖 건널목에서 오래전 그 소녀를 떠올릴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여름날 의무화된 실내가 아닌데도 어린이라서 더욱 참기 어려울 텐데도 그는 어른스럽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구나!’ 그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후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친구야, 고마워요. 날 깨워줘서요.

휴가 중 두 분께서 우리를 응원하십니다. 자신에겐 엄격하고 주위에 관대할 수 있다면,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지금의 위기 상황을 추억 삼아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요. 오늘도 본연의 방역업무에 더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소수에 대한 신고 민원까지 응대하느라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안쓰럽습니다.

모두가 애타는 상황에서 솔선, 이해와 배려, 겸손은 서로에게 참 중합니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기에 감사히 맞이하겠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