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동학대방지 종합대책, 실효성 있는 예산정책 수립을 촉구한다

김수경 관장

한 아이가 여행용 가방 안에서 죽어갔다. 집을 탈출한 또다른 아이는 온몸에 멍자국과 손가락에 심한화상이 발견됐다. 중대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국민들의 분노와 언론의 관심속에 정부는 범부처 특별팀(TF)을 구성하여 지난 7월 29일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에서 정부는 과감한 인프라 개선을 통해 아동학대 현장조사와 보호기반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 쉼터를 확충하고 종사자 처우개선에도 힘쓰겠다고 한다.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229개 모든 시군구마다 1개소이상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68개소에 불과하다. 적어도 2개시군구마다 1개소로 늘린다고 해도 현재수준의 2배는 필요한 상황이나, 이번 정부 대책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22년까지 20개소 확충하겠다는 계획에 머물고 있다.

학대피해아동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21년까지 10개소 추가 증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며 남자아동과 여자아동, 장애아동 등을 구분하여 보호할 수 있도록 쉼터의 수를 대폭 확충해야 함을 외쳐온 현장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무색해졌다.

종사자의 처우개선 대책도 아쉽다.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86.7%에 불과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은 열악한 처우와 과중한 업무로 근속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 상담원 1인당 사례관리 건수는 평균 64건으로, 상담원 1인당 12~17건으로 지정하고 있는 미국의 4~5배에 달한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더라도 상담원 1명이 담당해야 할 사례관리 건수가 많아 모든 업무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아동학대 대응 기관의 확충과 함께 종사자의 확대배치, 적절한 인건비 가이드라인 등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없이,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성 있는 종사자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금번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의 실효성이 우려되는 것은, 아동학대 대응현장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일반회계 전환이 이번 대책에서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동학대예방사업의 운영부처는 보건복지부이지만, 설치 및 운영재원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2020년 올해 아동학대방지 관련 정부예산 297억 가운데 일반회계 예산은 3.9%인 11억 7천만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96.1%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으로 편성되어 예산증액은 어려운 실정이다.

아동보호예산을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전환하지 않고 기금에만 의존하는 한, 정부의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적정예산 확보는 어려운 일이며, 안정적인 사업추진 또한 불가능하다.

아동학대 조기발견, 현장조사와 보호기반 강화에 힘쓰겠다는 정부의 종합대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력과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하고, 이에 필요한 적정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금번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안착되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아동학대 대응 현장 종사자로서, 정부의 의지를 실효성 있는 예산정책 수립으로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전라북도남원시아동보호전문기관 김수경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