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유력 대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표 임기 중반기부터 청와대와 일정 부분 각을 세우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입장이 기존 ‘관리형’ 당 대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당의 주도권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민주당과 청와대는 ‘원팀’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직적인 당청관계를 형성해왔다. 주도권은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을 얻은 청와대가 갖고 있었다. 청와대가 중심이 돼 남북관계를 이끌고 코로나 19확산에 대응해, 2018년 지방선거와 올해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일단 이낙연 대표는 기존과 같이 수직적인 당청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라는 점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이 문 대표의 국정 지지도와 밀접하게 연동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 당내 선거에서 영향력이 강한 친문(친문재인)세력 및 권리당원을 포섭할 시간도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이 대표는 2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당정청은 운명 공동체이고, 당은 그 한 축”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저한 관리형이었던 이해찬 전 대표와 달리 당청관계의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유력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최근처럼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면, 청와대와 차별화에 나서야 하는 시점도 올 수 있다. 시점상으로는 내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당의 목소리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 내 한 중진의원은 “이 대표가 여권 대선주자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존재를 넘어서는 이미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대표 곁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호남계 인사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데, 이들 중에는 국회 상임위원장과 당 원내부대표까지 당직에 중용됐다.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박광온 의원(전남 해남 출신)은 사무총장을, 원내부대표를 맡은 신영대 의원(군산 출신)을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향후 박 의원은 위원장직에서, 신 의원은 원내부대표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개호 의원 등 광주·전남 의원 중 이낙연 대표 측근들은 이 대표를 외곽에서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다소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전북 의원들도 이 대표측에 합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의원을 두고는 차기 전북지역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들 의원들은 이 대표가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3월에 물러나면 자연스럽게 대선 캠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내 한 재선의원은 “위원장직 등 기존 당직을 포기하면서 합류하는 게 흔한 상황은 아니다”며 “대선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자리를 내놓고 합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