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의 성적표

백성일 부사장 주필

일선 시군에서 만들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거의 단체장 치적사항으로 도배를 한다. 그걸 언론들이 날마다 여과없이 받아 쓴다. 수용자인 주민들이 날마다 용비어천가를 본다. 왜 그럴까. 치적을 홍보해서 재선하려고 그런 짓을 한다. 대부분이 박봉에 시달린 신문사기자들이 시군 홍보담당으로 옮겨가 날마다 찬양 일색의 보도자료를 만들어 기자들에게 배포해준다.

서울만 갔다오면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대문짝 만하게 찬양기사가 난다. 그것만 보면 일찍 살기좋은 시군이 만들어졌을 터인데 실상은 그게 아니다. 시장 군수가 장관이나 청와대 등 영향력 있는 인사를 만났다고해서 금새 국가예산이 확보되는 게 아니다. 문턱이 닳도록 해당 부처를 찾아 다녀도 실현 가능성이 약한데 한두번 만났다고 풀리는 게 아니다.

시장 군수 성적표는 국가예산 확보와 직접적 상관 관계가 깊다. 해당 부처 사무관서부터 과 국장을 거쳐 장차관까지 결재가 나야 반영 되는데 이 작업이 결코 녹록치 않다. 해당 부처는 전국 모든 자치단체를 상대하므로 시장 군수가 한두번 다녀 갔다고해서 예산이 반영되는 게 아니다.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우선순위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만 부처예산에 해당 시군예산이 편성된다. 이 과정을 거쳐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로 넘겨져서 다시 검토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산의 게이트키핑이 지난한 과정이다.

국가예산 확보는 시장 군수 혼자 뛰어서 되는 게 아니다. 지사나 국회의원이 옆에서 도와주고 챙겨줘야 가능하다. 그런데 신문 날때는 본인 혼자의 능력으로 해결된 것 처럼 홍보한다. 관계자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으로 쓴 웃음이 절로난다. 다음으로 기업유치는 시장 군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다. 시군에서 MOU만 체결한 것 갖고도 기업을 유치했다고 홍보한다. MOU는 구속력이 없고 단순한 의사표시에 지나지 않아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도 새만금개발청 시군에서 체결했던 기업유치 MOU는 부지기수였다.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겠다는 대사기극부터 시작해서 MOU만 체결하고 기업유치가 안된 경우가 많았다.

전주시는 2015~2019년까지 20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최근 3년간은 8건을 유치했다. 전주시는 지난 2011년 친환경첨단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한 이후에는 공단조성을 손 놓았다. 온통 한옥마을에만 매달렸다.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았다고 흥분일색이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지만 전주시가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유치를 해야만 했다. 팔복동에 탄소소재 국가산단을 조성하지만 면적이 65만㎡ 밖에 안돼 그냥 바닥날 수 있다. 지금은 잡히지도 않는 산토끼를 잡는다고 예산만 낭비할 게 아니라 찾아온 집토끼를 잘 기르는 게 상책이다. 자광이 2조5000억을 투자해서 대한방직터에 익스트림 타워를 짓겠다는 것을 바로 시행토록 해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사업을 투명하게 처리하면 두려울 게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는 일은 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