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볼링핀 - 박갑순

아무 잘못이 없다고

모두가 네 탓이라고 말하지 않겠네

 

살다보면

눈 빤히 뜨고 무릎 까지고

가슴 덜컥 내려앉는 날이

오늘뿐이던가

 

대포알을 쏘듯 해보라지

다시 속아주듯 넘어지고

아무 일 없는 듯 툭툭 털고 일어서면 그뿐

 

저들의 함성과 갈채 속에

굴러오는 바윗돌을

머리로 치받을까

가슴으로 맞받을까

 

넘어져도 넘어지는 것이

일어서도 일어서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영원히 눕힐 수는 없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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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는 상대가 다 알게 속는 사람이다. 고수는 속는 줄 알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속아주는 사람이다. 상대가 열 번이고 천 번이고 나를 넘어뜨려도 내가 툭툭 털고 일어설 힘만 있으면 된다. 네 탓이라고 말하지 말자. 누군가가 나를 속여서 혹은 넘어뜨려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이 곁에 있거든 씨익 웃으면서 모르는 척 기꺼이 속아주자. 오늘 하루쯤은 이렇게 삶의 고수가 되는 날도 있어야 하늘에게 덜 미안하지 않겠는가?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