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전북 가야’, 검증된 연구성과가 교과서에 반영되어야

이상훈 진안 마령고 교사

2019년에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우리 전라북도 역사 이야기』란 역사 부교재가 발간되었다. 부교재에는 아직 가야사에 대한 연구성과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라북도에는 가야의 고분 400여 기, 제철 유적 200여 개소, 봉수 90여 개소가 있는 것이 밝혀졌습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어느 학문 분야든 기존의 학설에 새로운 학설이 도입되면 치열하고 충분한 학술적 검증을 거쳐 인정을 받게 된다. 교과서에는 여러 학설 가운데서도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학설을 채택하여 수록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북 가야’에 대한 연구성과가 검증되지 못한 상황에서 가야사가 사실인 양 반영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이란 역사 용어도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여전히 “동학농민운동”이라 서술되어 있다. 기껏 100년 남짓 지난 역사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1500년 전의 가야사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역사 용어 하나만 해도 오랜 시간에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고서는 교과서에 사용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사 복원을 위한 조사·연구』가 포함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가야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이로 인한 발굴 작업에 힘입어 가야의 철기문화 우수성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사 교과서에서 가야사는 한쪽 분량의 짧은 가야사를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위 ‘전북 가야’라고 불리는 최근의 연구성과는 종합적인 발굴 작업이 아닌 지표조사에 근거하여 ‘전북가야’란 이름으로 확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봉수나 제철 유적은 제대로 발굴 작업이 이루어진 곳은 몇 군데에 불과하여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수백 개에 이르는 유적을 가야 유적으로 단정하고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매우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최근에는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장수 가야’를 ‘반파국’이라 선포하는 이벤트까지 벌이고 있다. 역사를 이벤트로 희화화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고고학은 과학적, 합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증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전북가야’ 범위를 남원과 장수뿐만 아니라 진안, 무주, 완주, 임실, 순창, 금산까지 가야의 영역을 넓혀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8월에 발간한 『전북 가야 제철 및 봉수유적 정밀현황조사 연구 용역 보고서』 자료에 의하면 제철과 봉수 현황을 각각 231개소, 107개소로 소개하고 있다. 용역보고서에 불과한 자료로 ‘전북가야’라 언급하고 있어 많은 사람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전북가야’의 시대나 영역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정확한 발굴 성과와 학계가 인정하는 수준에서 논의된 후에 불리는 게 맞다.

역사연구는 새로운 발굴과 해석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렇다고 고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역사를 새로운 역사인 양 호도하면 안 된다. 역사 해석을 신념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역사 왜곡이 된다. 소위 ‘전북가야’라 일컫는 연구도 제대로 발굴하지 않고 조기에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큰 곤경에 직면할 거란 생각이 든다. 긴 호흡으로 역사를 탐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바탕 속에서 검증된 역사를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옳다.

/이상훈 진안 마령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