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행정구역통합’ 논의에 불이 붙은 가운데 유독 전북지역만 공론화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추석을 전후로 광주와 전남,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묶는 작업은 궤도에 올라 본격적인 조율과정에 돌입했다. 대전·세종 역시 통합 논의에 가세했고, 부산, 울산, 경남은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 발표를 통해 동·남권 광역연합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가 통합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키워 수도권에 준하는 대도시를 만들어야 일자리와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취지에서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자도생한다면 남은 것은 ‘공멸’이라는 내재적 분석도 깔려 있다.
실제 가장 적극적으로 통합여론에 불을 지핀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내부 경쟁을 줄이자는 데 뜻을 모으고, 대승적인 차원의 경제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반면 전북의 경우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된 이후 ‘행정구역통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어로 불리고 있다. 도내 기초자치단체 간 출혈경쟁과 소지역주의 또한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먼저 행정통합에 나선 곳은 대구경북이다.
이들 지역은 대구광역시 내 8개 구·군과 경북 23개 시·군을 합쳐 인구 510만이 넘는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와 경북은 올해 말 주민투표를 거치고 내년 6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2022년 7월쯤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공론화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 찬성 47.5% 반대 30.0%로 찬성이 우세하다. 만약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면 수도권 다음으로 경제력이 큰 자치단체가 탄생하게 된다.
광주전남 역시 특별자치도 승격을 노리고 통합을 추진 중이다. 광주와 전남지역은 특히 이 과정에서 기초·광역 단위 행정구역을 재편하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전남지역에선 목포시와 신안군 두 지자체의 통합이 유력하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정치권에서 다수의 단체장직이 사라지는 단점을 고스란히 껴안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북은 ‘지역발전’보다 선출직 공직자들의 ‘정치적 셈법’이 앞서면서 통합을 거론하는 자체가 정치권과 자치단체 내부에서 금기시 됐다.
앞서 3차례나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된 탓이다. 전주시는 최근 이러한 흐름과 여론을 인식하고, ‘전주완주 통합’ 논의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완주군은 ‘군민 반발’을 우려, 통합 필요성을 일정부분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북도의 경우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고심하면서도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다른 지역은 광역 간 통합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전북은 광역은커녕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과 행정구역 조정에도 큰 장벽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전북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에 나섰다가 자칫 표를 깎아먹는 화를 부를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북지역 정치인들에게 행정구역통합 논의는 뜨거운 감자를 넘어 ‘폭탄’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실패 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고 만약 성공한다 하더라도 기존 표밭에서 인심을 잃거나 ‘최악의 경우 지역구가 없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