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불안 넘어 ‘분노’

최근 감정 설문조사에서 불안 47.5%, 분노 25.3%
지난 8월 조사 대비 불안 15.2% 줄고 분노 2.2배 증가
코로나블루가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며 고통에 노출된 시민들이 불안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지난달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구에서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불안은 47.5%, 분노는 25.3%가 나왔다. 지난 8월초 같은 설문조사에서 불안 62.7%, 분노 11.5%에 비해 불안 감정은 줄고 분노는 2.2배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우울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이 나오는 상태다. 일상에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러 제약이 장기화 되자 예민해진 시민들이 작은 자극에도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인 강모씨(35·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은 거론할 것도 없고, 엘리베이터나 버스 같은 밀폐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화통화를 하는 것만 봐도 화가 난다”며 “특정 단체 집회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보면 ‘내가 왜 수개월 동안 방역수칙을 지켜왔나’라는 회의감이 들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결혼을 앞둔 한 예비 신랑은 “당초 9월로 결혼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며 어쩔 수 없이 11월로 결혼을 미뤘다. 이 과정에서 나와 신부가 모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어느 날 신부와 대화를 하는데 마치 공황장애가 온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질 않아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매일 발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현황만 보며 기도하고 있다. 빨리 상황이 잠잠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이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전문가들은 우울감을 줄이기 위해 감염병에 과도한 집중을 피하고 일상생활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김상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는 감염병 차원 뿐 아니라 정신 건강 의학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참사다. 코로나 관련 뉴스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과도하게 방역 수칙을 의식하기보다 가장 기본적인 수칙을 착실히 지키는 쪽으로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