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부러운 사람 하나 있다
인생의 밑바닥 후벼파
스스로 깊은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나무옹이 같은 그런 사람 아니라
들에 나가 김매다가 출출하면
도랑물에 휘휘 손 씻고 들어와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식은 보리밥 한 덩이 찬물에 뚝뚝 말아
된장에 풋고추 찍어 먹는 그런 사람
우스운 일 만나면 함께 너털웃음 웃고
슬픈 일 만나면 장본인보다 더 슬피 우는
어느 자락에도 맺힌 곳 없는
그런 사람
오늘도 나는
그와 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도시 한 구석에 걸터앉아
각진 모서리를 깎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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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모서리를 깎고’ 있는 화자의 모습에서 마음이 경건해진다. 맺힌 곳 없이 사는 ‘그런 사람을’ 닮으려고 하는 화자가 오히려 ‘그런 사람’이 아닐까. 청정한 생을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내가 가장 잘못 살아가고 있다는 참회를 한다. 남이 나로 인하여 마음에 상처를 받은 자에게 용서를 청하는 뉘우침은 바로 내가 깨끗한 양심으로 산다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라고 외치는 소리는 소음으로 돌아온다.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며 남의 잘못을 너털웃음으로 이해해 주는 그런 사람이 좋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