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숭고한 정신”… 옥구농민항일항쟁 ‘홀대’

우리나라 대표 항쟁임에도 고작 기념식이 전부
기념관 건립 필요성 지적에도 수년째 답보상태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요. 이 땅이 누구의 땅이요. 우리의 거부는 마땅한 것입니다. 우리 민족 역사와 전통을 다시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지난해 옥구농민항일항쟁 재현 퍼포먼스 내용 中)

1927년 옥구 서수에서 일어난 옥구농민항일항쟁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농장주의 혹독한 착취와 폭압에 항거하고 봉기한 우리나라 농민저항 운동사의 대표적인 항쟁이다.

단순히 생존권 차원을 넘어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정신이 담겨져 있지만 오늘날 이를 기리고 후세에 알리기 위한 사업은 미흡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옥구농민항일항쟁과 관련된 사업은 매년 11월(5일) 항쟁 기념유적지인 임피중에서 개최되는 기념식과 그림 공모전이 전부다.

전국 쟁의 중 옥구(서수)항쟁만이 치안유지법 등으로 엄벌에 처해졌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역사적 의미와 함께 자랑스러운 항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은 홀대 수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를 기념하기 위한 옥구농민항일항쟁기념관 건립 역시 말만 무성할 뿐 수 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그 동안 향토문화 심포지엄을 비롯해 관련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기념관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옥구소작쟁의와 관련된 역사문화 콘텐츠 등의 발굴·연구와 향토사 교재 발간 및 탐방 프로그램 연계 등 활용방안도 지지부진하다.

옥구농민항일항쟁 기념행사 때마다 연단에 오른 주요 인사들은 우리 선조들이 지켜낸 민족의 얼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후손의 과업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매번 허공의 메아리에 그칠 때가 많았다.

따라서 올해로 93주년을 맞은 옥구농민항일항쟁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기념관 건립 등을 통해 시민들과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옥구농민항일항쟁에 참여하다 투옥됐던 34명이 모두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의미 있는 해인만큼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생긴다.

시민 김모 씨(45)는 “근대역사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군산의 경우 일제에 의한 수탈에만 초점을 맞춰진 느낌”이라며 “옥구농민항일항쟁처럼 일제에 항거하고 일제치하를 벗어나기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았던 선열들의 뜻을 이어받을 수 있는 사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제주항일기념관, 안동독립운동기념관, 소안항일운동기념관 등이 세워지며 후손들에게 좋은 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반면 군산의 경우 항일항쟁의 본고장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기념관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진원 군산문화원장은 “우리 고장 선열들의 업적을 바로 세우고 널리 알리는 일은 후손의 의무”라며 “옥구농민항일항쟁을 중심으로 (항쟁)기념관을 건립한다면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후세 교육에도 훌륭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옥구농민항일항쟁의 정신이 잊혀 지지 않도록 기념관 건립 등 다양하게 검토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