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3차례나 걸친 통합과정이 무산된 이후 전주와 완주는 무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 당연히 전북의 발전을 이끌어 갈 추진체로서 동력도 상실하고 있다. 작지만 강해질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갖춘 전라북도가 무너지면서 변방으로 뒤쳐지고 있다. 지금은 그렇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변곡점이 바로 전주완주의 통합이다.
우리가 전주완주의 통합을 그토록 주창해왔던 가장 큰 이유는 낙후된 전라북도의 재도약을 추진해가는 중심도시의 역량을 키우자는데 있었다. 그러나 통합의 무산으로 완주나 전주 모두 성장의 엔진이 멈추었으며, 전북의 미래를 짊어질 여력도 소진되었다. 전북의 빈약한 자본과 인재까지 지역을 떠나면서 전북 자치단체의 대다수는 지방소멸의 대상 지역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통합을 이룬 청주와 청원군은 거대도시로 탈바꿈하여 대전, 세종시와 함께 중부세력권을 형성하지 않았던가.
통합으로 덩치만 키운다고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구심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규모가 필요하다. 지방자치가 발전한 영국과 일본도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하여 규모의 광역화로 지방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통합하여 메가 폴리스를 구상하고, 대전을 중심으로 거대한 중부 중심권이 구축된 상황에서 전북을 지켜내기 위한 전주와 완주의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대적 과제로 다가왔다.
통합으로 인한 완주군민의 우려와 걱정이 적지 않겠지만 그것이 반대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도시 위주의 행정으로 농촌 지역이 겪는 상대적 불이익과 불편은 논의과정을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교통망의 확충과 정보통신의 비약적인 발전은 정부와 주민과의 자연적인 거리를 단축시키면서 주민 소통과 민주적 통제를 내세운 반대 논거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통합에 대한 막연한 우려와 기득권층의 아주 작은 이익이 부합되어 더 큰 공동체의 이익을 저버리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2013년 전주완주의 통합이 무산되지 7년이 지났건만 통합 논의는 수면 하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합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창원시와 여수시를 바라보며, 초광역거점 구축을 위해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이웃 지방의 현실을 지켜보는 전북도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이제 주민의 대표자인 도지사와 전주시장, 완주군수는 물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나서서 전주완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그것은 전주시민과 완주군민의 꿈이자 전북도민이 기대하는 마지막 희망이어서다. 그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전주완주 통합논의를 머뭇거린다면 두고두고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통합을 외면하는 것 역시 도민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 실현시켜 나가야 할 정치 지도자들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처음 전주완주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 한지도 어언 30년이 다 되어간다. 통합무산의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희망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은 통합만이 전주권의 활력을 되찾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신환철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