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이 만나는 도시 공공디자인

노형수 전북도 주택건축과장

노형수 전북도 주택건축과장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를 배출한 바르셀로나 거리는‘디자인 전시장’이다. 가우디의 ‘트레이드마크’인 나선형으로 된 벤치와 가로등, 고풍스러운 건물에 어울리는 간판 등이 걷고 싶은 거리, 보고 싶은 거리를 연출한다. 최근 들어 쓰레기통, 가로등처럼 사소해 보이는 거리 시설물의 디자인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거리시설물, 즉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는 공공게시판, 버스정류장, 공중화장실, 공중전화 부스, 우체통, 신문 가판대, 식수대부터 보도블록, 차량 진입로, 맨홀 뚜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은 디자인 주체와 객체, 지향하는 가치, 역할 등에 있어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업적 디자인과는 구별된다고 말할 수 있다. 공공디자인의 주체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아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며, 그 객체는 특정한 소비자가 아닌 불특정 모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디자인은 시민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공공디자인은 경제적인 이윤을 지향하기 보다는 시민의 안녕과 행복 같은 사회문화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개인 차원을 넘어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자 하는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시가 예술적, 문화적 요소를 입으며 가치를 높이고 있는 사례는 또 있는데, 프랑스 파리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유럽 최고의 현대미술 복합 공간이자 파리 문화예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는 건물 배관, 철근, 엘리베이터 등 기존 건물에 숨겨져 있던 기능적 설비들을 과감히 외부로 드러내는 동시에 기능별로 색을 입혀 그 자체를 예술 작품의 하나로 디자인했다. 센터 내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와 소재의 사인보드, 내부 사인체계는 그 자체로 ‘공공디자인’의 교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도시 디자인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고 재탄생시키고 있는 공공디자인의 힘은 단순히 아름다운 시설과 도시를 만드는 것에만 있지 않고 도시의 질적 가치와 시민의 삶을 얼마나 예술적이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은 2016년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는 단계다.

우리 도의 경우 2020년 8월에 전라북도 공공디자인 5개년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춘 세부 계획에 따라 차근 차근 진행해 나가고 있는 참이다.

우리 지역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예향이다. 연간 500만 명이 다녀가는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도시전체가 박물관인 군산의 근대유산문화의 거리, 익산 백제역사 등 우리 지역 문화 아이덴티티를 공공디자인과 결합시킨다면, 삶과 예술의 기막힌 콜라보를 이루게 될 것이다.

삶과 역사와 예술이 만나 더욱 아름다운 도시, 많은 시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데 있어 공공디자인은 문화적 인프라로서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하나의 흐름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노형수 전북도 주택건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