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논란 ‘전북 방언사전’ 다시 제대로 발간하라

전북도가 지난해 발간한 ‘전라북도 방언사전’을 두고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도민들이 구수하게 사용해온 사투리를 모은 사전을 만든다는 취지는 좋았는데 식민잔재 일본말과 표준어, 한자어 등이 방언으로 수록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어느 한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사투리인 방언(方言)은 지역 사람들에겐 친근감을 준다. 방언을 사투리를 넘어 지역의 일상 언어로 확대 해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일상 생활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방언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지역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는 표준어를 사용해야 하지만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방언이 함께 사용된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 지역내에서 사용되는 말이라고 해서 모두 방언으로 기록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전북 방언사전은 ‘국어기본법’이 규정하는 지자체의 지역언어 보전책무에 따른 사업으로 지난 2017년부터 추진돼 올해 도내 공공도서관과 전문도서관, 읍면동사무소와 구청 등에 모두 280부가 배부된다. 전북도가 3억4000여 만 원의 예산을 들여 발간한 전북 방언사전에는 부록을 포함해 총 1118쪽, 1만1086개의 사투리가 담겼다. 그런데 ‘벤또’(도시락), ‘구루마’(수레), ‘사꾸라’(벚나무) 등 식민잔재 일본말과 표준어, 한자어 등도 전북의 방언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전북의 방언들이다.

전북 방언사전 발간 용역을 진행한 전주대 산학협력단은 아직도 도내에서 다양한 외래어들이 사용되고 있고, 이들 외래어 어휘들이 사투리 개념을 넘어 일상적으로 쓰이는 지역어 개념에서 방언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벤또와 구루마 등 노년층에서나 이해할 만한 외래어를 지역의 일상 언어로 확대 해석하는 것에 어느 정도의 동의가 있을 지 의문이다.

언어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역 문화자산인 방언이 잘못 기록되고 전해진다면 지역 문화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북 방언사전은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외래어 및 표준어와 형태가 같은 어휘들을 교정본에서 삭제하는 등의 수정·교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전북 방언사전은 전문가들을 위한 사전이 아니다. 잘못된 방언사전은 즉시 회수하고 도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언사전이 재발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