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개인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데이트폭력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이 공분과 충격을 줬다. 부산 사례가 이례적이지 않다는 데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전북에서도 한 대학생이 헤어진 여자 친구를 스토킹 해 여성 가족들에게까지 극심한 공포감을 준 사례가 있었다. 또 이별을 요구하는 여자 친구에게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여자 친구의 반려견을 벽돌로 수차례 내려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데이트폭력은 가장 친밀한 남녀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에서 허투루 지나칠 상황이 아니다. 경찰청이 밝힌 ‘데이트폭력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에서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총 998명에 이른다. 2016년 164명, 2017년 283명, 2018년 253명, 2019년 298명으로 증가했다.

경찰에 데이트폭력을 신고할 때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거나 최소한 참기 어려운 수준 이상의 피해가 우려됐을 때일 것이다. 사건화가 되지 않는 데이트폭력도 그만큼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데이트폭력으로 신고된 사건 중 77% 이상이 폭행·상해(879명)로 검거됐다. 또 체포·감금·협박도 110명에 달했으며 성폭력, 살인, 살인미수 사건도 있었다.

데이트폭력을 그저 연인간 사랑싸움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신종 성범죄인 데이트폭력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남성의 지배적 역할과 여성의 수동적 태도를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을 알고 2018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했다.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했다. 그러나 폭력 피해자에게 여전히 법은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학교 등에서 교육과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