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으로 집권했다. 촛불 혁명의 가장 큰 외침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임하며 개혁 입법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검찰 개혁도 핵심적인 개혁 과제 중 하나이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기소 독점권과 수사권 문제였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검찰 권력을 축소하고 공정성과 민주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개혁은 혁명 보다도 성공하기 어렵다. 신돈, 정도전. 조광조, 정조의 개혁할 것 없이 대부분의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방해, 개혁 세력의 비공고성, 비장기성, 도덕적 해이와 권력화 등으로 실패하였다. 개혁은 군사독재 정권이나 혁명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혁명 정부는 대부분 “하면 된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민주혁명이나 반혁명에 의해 몰락할 때 까지 철권을 휘두르며 절차와 과정을 생략하거나 기본권을 말살하기 일쑤였다. 초기에는 공포심과 권위, 높은 도덕성을 무기로 추동력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며 퇴색하기 마련이었다.
여기에 비해 개혁은 민의에 입각한 대의명분을 바탕으로 합법적인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과 민주성이 추진력을 담보하기에 숱한 토론과 설득 과정, 인내를 필요로 한다. “옳으니까 따르라!”는 밀어붙이기는 설혹 일시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곧바로 반동의 차가운 겨울이 와서 물거품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모습은 개혁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반대 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도덕적 우위와 포용력이 필요한데 내로남불의 이중적 태도 및 잣대, 권위주의 정부와 같은 상명하달 방식, 대화와 설득보다는 개혁의 대상화로는 본질적인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 개혁의 가장 큰 성공 열쇠는 지속성과 안정성이다. 이는 정권 재창출에 의해 개혁 세력이 주도성을 일정 기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의 법적인 조건을 완비하여 시스템을 정착시키며 의식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일례로 김영란법이 통과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부패 방지와 청렴에 대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형식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제도 정착과 의식 구조의 변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처벌 조항을 비롯하여 시민 눈높이에 맞는 법개정도 필요하다.
검찰개혁도 마찬가지이다. 검찰 개혁을 소망했던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을 눈과 귀를 막고 밀어붙인 추미애 장관이 총대를 멘 상황이 어쩐지 어색하다. 아니나 다를까 오직 당위와 결과만 중시하고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통행 이어서 도리어 상대로 하여금 반격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주고 국민적 지지를 야금야금 잃어가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치킨 게임도 아닌데 마치 검찰총장과 검찰을 욕보이거나 무너뜨리면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등치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인 모습이 아니다. 검찰 개혁은 이제야 출발점이다. 검찰 수장이 바뀌고 공수처가 만들어져도 검찰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개혁의 시기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이 기회이다.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검찰 권력을 비롯하여 정부 내에서 권력 독점 우려가 높은 금감원, 감사원, 국정원. 기재부, 경찰, 청와대 권력의 개혁을 위한 논의와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