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급습으로 도내 문화예술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3차 유행 이전까지는 타시도에 비해 피해가 비교적 적어 각종 사업이 순연되는 가운데 진행되었으나, 3차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사실상 올스톱되었다.
그럼에도 2020년, 도내 문화예술계는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눈에 띄는 점은 전북문화관광재단과 전북도의 선제적이고 신속한 피해구제 노력과 위기관리 능력이다. 코로나19 초기 도내 예술인과 단체를 위해 4억 여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해 재난 극복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공모 대신 지역 문화 예술 육성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190여 예술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차순위 선정자로 추가해 지원함으로서, 행정낭비와 시간 지연의 한계를 극복했다. 3억을 투입해 공연예술 창작활성화 지원사업 이름으로 30개 단체를 지원한 것도 시의적절했다. 타시도와 달리 예술인 생계를 위한 재난지원금 사업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예술활동 증명을 마친 예술인을 상대로 도가 직접 30만원을 지급해 예술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노력에 호응하듯 국악계는 비록 공연부문은 타격이 있었으나, 경연대회, 연구, 콘텐츠 등 사업부문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경향각지에서 활동하는 전북 출신 국악인들의 낭보가 이어졌다. 도내에서 터를 잡고 활동하는 이난초, 김영자, 김일구 명창이 차례로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심청가, 적벽가 예능 보유자로, 군산 출신 김수연 명창이 수궁가 예능 보유자로 인정되는 개가를 올렸다. 전주 출신 황인유씨가 경주신라문화제 대통령상을, 도립국악원 심미숙씨가 상주전국민요경창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고창 출신 유희경씨가 대구국악제 대통령상을 수상해 전북예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우려스러운 일도 있었다. 국악과와 음악과를 통합해 음악과로 운영하던 원광대가 폐과를 결정했다. 음악과 폐지 대안으로 실용음악과 설치 가능성의 여운을 남기기는 했으나 우석대에 이어 원광대 국악과 폐지로 도내 우수한 국악 인재 양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도내 국악계 최대 현안인 통합무형문화재 전수관 설립 여론이 잠잠해진 것도 다소 우려스럽다. 사업비와 부지 문제 등으로 표류하다가 신축이 확정된 도립국악원은 내년에 착공해 2022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나, 코로나19로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주세계 소리축제도 커다란 도전을 맞았다. 전세계 유수 뮤지션의 참여를 통해 규모를 확장하던 축제가 코로나19로 해외 연주자 참여가 불가능해졌고, 미디어를 활용한 실험적인 온라인 콜라보 공연으로 진행했으나, 일정 부분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축제 종료 후 전주역 광장에서 19일간 진행된 19×19챌린지 릴레이 버스킹 공연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도내 국악인들에게 훌륭한 무대로 역할해 지역 예술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코로나19가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월드뮤직, 퓨전, 청년화를 키워드로 확장하는 소리축제의 정체성과 콘텐츠 구성에 대한 고민이 과제로 남는다.
2020년 코로나19로 도내 국악계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악에 대한 도민의 관심과 예술인들의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있다. 2021년 신축년에는 전북이 K-소리 본향으로서 면모를 일신하며 한단계 더욱 성장하고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김문성 국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