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20년 후, 귀하의 직업은 안녕하시겠습니까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인류사회는 근대 이후 지금까지 서구를 중심으로 다섯 번의 혁명적인 기술발전을 거듭해 왔다. 1780년대 영국에서 증기기관과 방직기 발명을 통해 1차 산업혁명을 시작한 후 연이어 기차, 전기, 자동차가 발명되었다. 그 결과 비약적인 대량생산 체제와 교통의 발달로 인해 인류는 물질적 풍요를 누려왔다.

물론 기술이 앞서고 자본이 풍부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막강한 군사력과 자본을 이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빈곤 국가들을 식민지화함으로써 갖은 약탈을 범행하기도 했다. 동시에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심각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류의 과학기술 발달은 그 후에도 끊임없이 거듭되어 오고 있다. 1900년대 후반부터는 흔히 “제5의 물결”이라고 일컬어지는 정보통신기술(ICT)로 인하여 놀라울 정도로 생산성이 증가되고, 무역 자유화를 통해 세계 교역량을 급속도로 증대시켰다.

그 결과 전 세계가 국경이 없는 지구촌화됨으로써 국가 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상호 의존성을 심화시켰다. 이제는 안방에서 모바일기기 하나만 가지고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흐름, 즉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을 거의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 마디로 끊임없는 기술혁명을 통해 과거 수천 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던 인류의 삶이 불과 200여년 만에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요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이 말하는 지금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고도의 디지털기술을 핵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 물리학기술, 생물학기술이 서로 융합되어 사람-사물, 사물-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이러한 네트워크로 전송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초지능성과 미래 예측성을 완벽하게 가능케 하는 시스템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 클라우드, 3D프린팅, 블록체인 등의 분야가 인류사회를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매우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바꿔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자로서 개인의 삶은 더욱 풍요해지고 수명도 더 연장됨과 동시에 엄청난 생활패턴 변화가 올 것이다. 기업 역시 생산자로서 소규모 맞춤 생산체제 등 경영방식 상 다양한 모델이 출현할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심화될수록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동시장 문제, 즉 일자리 축소에 따른 사회안전망의 위협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수축사회 또는 고용 없는 성장기에 접어들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통해 일어나는 광범위한 파괴적 혁신과정에서는 자본이 노동을 대체시킴으로써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게 마련이고, 자신의 능력을 다른 곳에 재배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앞으로 10~20년 이후부터는 지금의 개인능력이 거의 쓸모가 없어질 수 있다. 상상해 보자. 원만한 배송업무는 드론이 담당하고, 로봇이 개인비서나 간호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은행이나 커피숍 등은 무인화 되거나 의자가 없어진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보험관리사, 도서관 사서의 업무도 거의 다 자동화된다. 심지어 외국의 의사가 국내 환자를 원격 진료한다. 실로 변화될 모습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다고 경제학자들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바와 같이 실직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시켜 새로운 직업을 갖게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따라서 앞으로 10~20년 후부터는 우리 젊은이들의 어떤 직업도 결코 안녕하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은 물론 현재 디지털뉴딜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대학, 그리고 기업 모두가 깊이 고민하며 대비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물결 정도가 아니라 수백 미터나 되는 거대한 파도가 저만치에서 소리 없이 밀려오고 있다. 특히 교육방식과 내용 등의 교육 분야 혁신의 성공 여부가 우리 사회의 앞날을 결정지을 것이다. 도저히 우물쭈물 지체할 시간이 없다.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