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들이 땅을 늘리는 일에 눈을 돌린 이후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드는 간척은 나라마다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간척으로 땅을 늘리고 경제를 쌓은 나라가 적지 않지만 간척의 나라를 꼽는다면 단연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크고 작은 간척 도시들이 많다. 그중 지금은 인구 40만 명에 해마다 5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자급자족도시로 성장한 알메르(Almer)가 있다.
암스테르담 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남 플레보랜드에 위치해 있는 알메르는 ‘쥬다지 간척사업’ 가운데 가장 늦게 개발된 곳이다. 알메르는 암스테르담과 주변 도시의 인구과밀로 인한 주택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가 1968년에 계획, 1975년 암스테르담 앞바다의 매립 공사로 건설을 시작했다. 당초 목표 인구는 약 15만 명, 크기는 1만 7,921ha 이었지만 향후 인구 25만 명에서 많게는 4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도시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알메르는 조성 초기부터 독특한 개발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른 도시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대규모 공간 건설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작은 것으로 시작해 그 과정을 관찰하고 다음 단계에 접어드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면서 시대적 수요와 필요에 따라 도시를 만들었다. 충분한 이유와 계획을 세우고 나서야 개발에 들어가는 알메르 만의 방식으로부터 많은 도시들이 자극을 받았다. 알메르의 성공에는 암스테르담의 인구팽창에 따른 배후도시로서의 배경이 깔려 있지만 도시민의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철저한 도시계획이 주효했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녹지도시도 그중 하나다. 알메르는 바다를 매립하여 땅을 만들고 습기를 뺀 직후부터 대단위 녹지를 조성해 숲을 만들었다. 광활한 간척지에 나무를 먼저 심어 자연을 다시 들여온 지혜는 ‘도시 건설은 곧 자연 훼손’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바꾸어놓았다. 매립지가 갖는 도시환경창조의 한계를 주거지나 공공건축물의 현상설계를 통해 질 높은 건축 환경의 창조로 보완해나가는 방식 역시 철저한 도시계획이 바탕이었다.
간척을 시작한지 29년. 속속 땅을 드러내고 있는 새만금에 수변도시 조성사업이 시작된다. 새만금에 인구를 들이는 첫 도시 조성사업이다. 수변도시는 24년까지 사업비 1조 3천억 원을 들여 인구 2만 5천명 규모의 자족기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알메르처럼 ‘도시민의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철저한 도시계획’을 갖추어야 가능한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