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국민과 보험회사 모두 피해자 되는 중대 범죄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A군은 쉽게 용돈을 벌수 있다는 얘기에 친구 10명과 약 90건의 오토바이 고의사고를 저질러 총 5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하였다가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일터에서 사고를 당한 B씨는 입원일수를 부풀려 보험금을 수령하였다가 적발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보험회사로부터 수령했던 보험금 및 경과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소송까지 당했다. ‘생활도 어려운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B씨는 금전적 손해에 더해 전과자까지 되고 말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809억원, 적발인원은 92,538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미적발 사기까지 감안하면 총 보험사기 규모가 6.2조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보험사기는 크게 연성사기와 경성사기로 구분된다. 피해를 과장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연성보험사기에 해당한다. 경성보험사기는 사고를 고의 또는 허위로 만들어내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조직적으로 사고를 꾸며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반인륜적인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기가 금전적 손실 유발에 머물지 않고 우리사회에 생명경시와 불신풍조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6년 9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시행하고 처벌을 강화하였음에도 보험사기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연성보험사기에 대한 낮은 경각심이다. 보험사기 적발자의 직업을 보면 회사원(18.4%)이 가장 많고, 가정주부(10.8%), 학생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SNS에서 ‘고액일당 지급’을 미끼로 보험사기 공모자를 모집하거나, ‘보험꿀팁’이라며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직접적인 피해자가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보험사기의 특성도 작용한다. 보험사기의 피해상대방은 기껏해야 보험회사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설계사, 의료기관, 정비업체 등 전문 지식을 갖춘 종사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경우가 늘어나 적발이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보험사기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우리 국민 전부이다. 보험사기로 보험금이 누수되면 그만큼 보험회사 손실이 늘어나고, 이는 보험료 상승으로 귀결되어 선량한 보험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심사가 더 까다로워져, 보험가입자가 신속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저하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도덕적해이(Moral Hazard)라는 개념이 있다. 위험행위로 인한 비용을 타인이 부담하게 되는 경우 위험행위에 대한 주의를 덜 기울이거나 오히려 위험행위를 더 추구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보험사기가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도덕적 행위를 원천차단하는 시스템의 확립과 더불어 사회구성원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관계당국과 보험회사는 제도개선과 지속적인 단속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보험가입자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은 버리고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례를 접하는 경우 망설이지 말고 금융감독원 등으로 제보해 주시기를 바란다. 실제 적발시 신고 포상금도 지급된다. 관계당국과 보험가입자의 관심과 노력을 통해 ‘보험사기는 반드시 걸린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고히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