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낯뜨거운 홍보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코로나19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아울러 세밑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지금 상황도 쉽지 않은데 더 이상 버텨낼 수 있을까 마음이 더욱 무겁다. 최근 코로나 백신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추위를 녹이는 온정 손길이 그나마 한가닥 희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사랑나눔 기부도 코로나 영향권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당초 목표액을 크게 낮췄지만 이마저도 기대치에 못미친다. 그 만큼 살림이 팍팍하고 인심이 각박해졌다는 반증이다.

가뜩이나 심란한 가운데 언론에 보도된 정치인의 홍보성 기사는 낯뜨겁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갖가지 의정봉사상과 감사패를 받았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상당수는 주민과 단체 민원해결에 앞장섰다는 감사표시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지역구 아파트주민회에서 받은 감사패도 대놓고 자랑한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다수 단체에서 상(賞)을 남발한다는 지적과 함께 후원금 거래 얘기도 가끔 도마에 오르곤 했다.

저간의 사정이 설령 그랬더라도 코로나 고통을 겪는 올해 상황은 다르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정치인들만 잘했다고 홍보하는 것이 자칫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죽하면 “정치인에게는 자기가 죽었다는 부음기사만 빼곤 신문에 나면 손해볼 것 없다” 는 격언이 있다. 언론에 이름이 많이 등장할수록 선거에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정치인들의 이런 속셈과 달리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가파른 소비절벽이 연말 대목을 덮쳐 그동안 빚으로 겨우 견뎌왔는데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한다. 실제 들뜬 분위기는 고사하고 유흥가는 인적이 끊겨 썰렁할 정도다. 가정·직장 배달서비스가 30% 이상 폭증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중소기업도 힘들 긴 매한가지다. 내수가 꽁꽁 얼어붙고 자금줄이 막혀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지표에 투영된 코로나 한파는 예상보다 매섭다. 한은 전북본부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이 올해 매달 1300~1500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전년 대비 300~400억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기업대출도 올 3분기 3조5071억이 늘어나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소규모 상가 공실률 또한 11.7%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서민은 물론 중산층까지 코로나 블랙홀에 빠져 파산위기를 우려하는 형국이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민생을 도외시한 채 연일 시끄럽다. 마땅히 고통분담 해야 할 처지인데도 코로나 정부 지원대책에 여야가 엇박자를 낸다. 그것도 모자라 개인 언론 홍보에만 열 올려 빈축을 사기도 한다. 정작 제대로 된 의정평가에서 잘해야 하는데 좀더 자숙했으면 하는 요즘이다. 국난(國難)으로 불릴 만큼 엄중한 시국에 정치인 감사패 타령이 곱지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