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소설] 황지호

황지호 작가

그날 모악산 산행이 떠오릅니다. 안개가 진했던 늦가을이었습니다. 안개는 곧 는개로 변해 나아갈 길을 자주 확인해야 했습니다. 익숙한 길이었으나 불안감이 밀려왔고, 불안감은 두려움에 닿았습니다. 정상을 넘기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래 걸었으나 정상은 나오지 않았고 도착한 곳은 낯선 마을이었습니다. 길을 잃었던 것이지요.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었나 봅니다. 자주 다니던 산이니 길을 잃기 쉽지 않은데, 스스로 의지를 꺾고 벗어났을 겁니다. 제 글의 행로, 삶의 행적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막연했고, 두려웠으며, 회피했습니다. 당선 통보를 받으니 길에서 벗어나 낯선 것을 기웃거렸던 순간들, 새로운 길을 걸어본 경험들이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사람들 삶 속에 결이 비슷한 감정과 인식의 강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것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심사위원님들의 선택은 그럭저럭 걸을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산행을 시작해보라는 권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산 들머리에 섰습니다. 문장의 능선에서 세상과 역사, 사람들의 삶과 내면을 오래 바라보겠습니다.

글을 가르쳐 주신 이희중 선생님, 강준만 교수님,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갖게 해주신 변주승 교수님,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주신 이강식 선생님, 제 삶과 글의 첫 독자인 윤공 스님과 마지막 독자인 아내 윤은영 님 감사합니다. 서울·장흥 식구들과 재선이를 비롯한 친구들, 물빛학원 동료들과 제자들, 흐름출판사 한명수 사장님 감사합니다. 황원지와 황정현에게도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황지호 작가는 전북 장수군 장수읍 동촌리에서 태어나 자랐다.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월간 전원생활>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