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공중부양 하듯 중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느 때 만져지던 허방처럼, 그리곤 내게 온 이 반가운 기별이 현실이란 걸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상실은 늘 내 곁을 맴돌았습니다. 유년시절, 매일 같이 놀아주던 언니가 전염병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일.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일. 지난 해, 중환자실에서 눈 맞춤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어느 해, 갑자기 찾아온 암은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몸과 마음의 자유는 물론, 사소한 일상까지 잃어버린 채 매일 죽음과의 사투를 벌여야했습니다. 천 길 낭떠러지 같은 캄캄한 벼랑 끝에 서 있을 때, 병상에 놓인 노트와 연필은 나의 유일한 위로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뭔가를 끼적거리지 않으면 불안했던 나는 언젠가부터 상처를 제 안으로 치유하는 달항아리처럼 상실의 아픔을 글로 치유하려 했습니다. 갑자기 떠난 언니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가버린 친구며, 더 이상 울리지 않는 아버지의 휴대폰, 어느 날 잃어버린 한쪽 가슴까지. 어쩌면 그 기록들이 삶의 고비마다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무리처럼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습니다. 늘 부족한 나를 격려해주던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 지칠 때마다 용기를 준 남편과 두 아이, 다정다감한 직장 동료들과 서로 이끌어주며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시거리 문우들. 그리고 나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제 글이 달항아리가 되게끔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귀한 상을 주신 전북일보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두고두고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다온(본명 이수정) 작가는 경주 출생으로 2018년 머니투데이 직장인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울산문인협회 회원, 물푸레 복지재단 국공립 베니 어린이집 교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