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축년(辛丑年)은 흰 소띠의 해이다.
신축의 신(辛)이 오방에서 흰색에 해당한다.
△ 근면(勤勉)·우직(愚直)·충직(忠直)의 소
소의 성격은 순박하고 근면하고 우직하고 충직하다. ‘소같이 일한다’, ‘소같이 벌어서’,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은 꾸준히 일하는 소의 근면성을 칭찬한 말로서 근면함을 들어 인간에게 성실함을 일깨워 주는 속담이다. 소는 비록 느리지만 인내력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근면한 동물이다. ‘소에게 한 말은 안 나도 아내에게 한 말은 난다’는 소의 신중함을 들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우리 민족은 소를 한 가족처럼 여겼기에 그 배려 또한 각별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짠 덕석을 입혀 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을 먼저 깨끗이 치웠으며, 겨울이 올 때까지 보름마다 청소를 해 주었다. 이슬 묻은 풀은 먹이지 않고 늘 솔로 빗겨 신진대사를 도왔으며, 먼 길을 갈 때에는 짚으로 짠 소신을 신겨 발굽이 닳는 것을 방지하였다.
소를 생구(生口)라고 할 만큼 소중히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소를 인격시했던 이야기가 많이 전해 오고 있다. 황희 정승이 젊은 시절에 길을 가다가 어떤 농부가 2마리 소로 밭을 가는 것을 보고 “어느 소가 더 잘 가느냐?”고 물었더니 농부가 귀엣말로 대답했고 그 이유는 “비록 짐승일지라도 사람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어 질투하지 않겠느냐?”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황희, 김시습, 맹사성 등은 소와 관련된 많은 일화를 남긴 현인들이다. 특히 조선 초기의 맹사성이 소를 타고 고향인 온양을 오르내린 이야기는 유명하다.
평화스럽게 누워 있는 소의 모습, 어미 소가 어린 송아지에게 젖을 빨리는 광경은 한국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다. 소가 창출해 내는 분위기는 유유자적의 여유·한가함·평화로움의 정서이다. 우직하고 순박하여 성급하지 않는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되어 선조들은 특히 소를 아끼고 사랑해 왔다.
△ 유교의 의(義), 불교의 진면목, 도교의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상징, 소
소는 유교에서 의로움[義]를 상징한다. 주인의 생명을 구하고자 호랑이와 격투 끝에 죽은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의 의우도(義牛圖), 의우총(義牛塚) 이야기나 눈먼 고아에게 꼬리를 잡혀 이끌고 다니면서 구걸을 시켜 살린 우답동 이야기에서 소의 우직하고 충직하고 의로운 성품을 잘 나타내고 있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진면목을 소에 비유한다. <십우도(十牛圖)> , <심우도(尋牛圖)> 는 선을 닦아 마음을 수련하는 순서를 표현한 것이다. 이는 소를 찾고 얻는 순서와 이를 얻은 뒤에 주의할 점과 회향할 것을 이르고 있다. 고려 때의 보조국사 지눌은 호(號)가 목우자(牧牛子)이다. 소를 기르는 이, 즉 참다운 마음을 장양(長養)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만해 한용운도 만년에 그의 자택을 심우장(尋牛莊)라고 하여 스스로의 진면목을 찾기에 전념하였다. 심우도(尋牛圖)> 십우도(十牛圖)>
소를 타면 소의 성질이 급하지 않아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아 좋고, 진창이라도 가리지 않고 잘 가고 무엇보다도 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길가의 풍경을 천천히 구경할 수 있다. 때로는 졸아도 떨어질 염려가 없어서 좋다. 소를 탄다는 것은 옛 선조들은 세사(世事)나 권력에 민감하게 굴거나 졸속하지 않는다는 정신적인 의미이다. 옛 그림 속에서 선비 목동 은자가 소를 타고 언덕을 돌아 나오는 모습은 주변을 흐르는 잔잔한 물결과 함께 어울려, 도가적인 은일의 세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소의 성품이 창출해 내는 도가적 분위기를 통하여 이상적인 삶에 대한 정신세계의 한 단면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소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모습은 바로 이러한 도교적인 영향이다. 도교에서 소는 유유자적이다.
소꿈은 조상·산소·자식·재물·협조자·사업체·부동산을 상징한다. “꿈에 황소가 자기 집으로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라는 속신어나 “소의 형국에 묏자리를 쓰면 자손이 부자가 된다”는 풍수지리설 등을 통해서 볼 때 분명 소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황소 주식장세’란 말이 있다. 증권가에서 영어로 장세가 좋은 강장세(强場勢)를 ‘불 마켓(Bull Market)ㅡ황소 장세’라 한다. 황소의 맹렬한 돌진력과 밑에서 위로 떠받치는 뿔의 힘이 증권가의 오름 장세에 비유된다.
어진 눈, 엄숙한 뿔, 슬기롭고 부지런한 힘, 유순, 성실, 근면, 인내 등 소의 덕성으로 신축년 소띠 새해는 새로운 시작과 힘찬 출발의 한 해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