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순열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

1991년 방조제 첫 삽을 뜬 이후 약 30년.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오랜 시간 달려온 새만금 사업이지만, 우여곡절로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며 도민들의 마음 한켠을 답답하게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동서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새만금에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하고 있다. 2021년 새해에는 새만금 사업의 마스터플랜이라 할 수 있는 2단계 새만금 기본계획수립이 예정돼 새만금 사업 전반의 변화도 기대된다.

도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한 몸에 받는 새만금. 새해를 앞두고 변화할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소순열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만났다.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인 새만금위원회의 민간 위원장. 새만금 사업의 이야기를 듣기에 소 위원장만큼 적합한 인물이 있을까. 지난 1월 위원장 취임 이후 언론 노출은 되도록 피했다는 소순열 위원장. 새만금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애정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드러났다. 2021년 새해를 앞두고 본격적인 변화가 이뤄질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순열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새만금 개발의 주요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에 취임하신 지 1년이 되어 갑니다. 처음 취임했을 때 소감은 어떠셨고,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네. 벌써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취임 후 전문성을 잘 발휘해서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케케묵지만, 항상 새로운 새만금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꼈습니다. 새만금에 대해 민간의 의견을 잘 듣고, 잘 계획을 수립해 새만금 문제를 내실 있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코로나19 시대라 일상이 멈춘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난 1년 동안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대로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논의했습니다. 민간위원회는 서면을 포함해 11회 열렸습니다. 지난 11월 24일에 열린 새만금 본 위원회 합치면 12회이지요. 새만금 현장도 자주 찾았습니다.”

 

- 부임 초기 말씀이 다시금 생각나는데요. 관료 출신이 아닌 교수님을 위원장에 임명한 의미에 대해서 말씀하셨었습니다. 그동안의 사업과 차별화된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라는 의미라고 평가하셨는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새만금 사업은 문재인 정부 이전 새만금사업은 용지매립, 기반시설, 투자 유치 등 모든 면에서 부진했습니다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된 뒤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용지매립도 민간중심에서 공공주도로 전환하고 동서 남북도로, 고속도로, 공항 등 조기에 핵심인프라도 건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린 뉴딜과 신산업 중심지로 재정립하려는 움직임도 이전과 다른 새로운 변화입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도 많아졌고 풀어야 할 문제도 많아졌습니다. 지역 매스컴에 하루하루 새로운 새만금 보도가 나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초단체와 광역단체, 정부와 민간 사이에 논의가 더 필요해졌습니다.”

 

- 임기가 2022년까지입니다. 새만금 개발과 관련해 정말 중요한 시점에 위원장을 맡으셔서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위원장은 직무수행에서 공정 및 중립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부담이나 어려움이 많았지요. 지금도 이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에서 위원장을 할 때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하나는 결정적인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나 책임 있는 협의가 부처 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관계 부처와 정책 현안 이견 조정을 했지만 역시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역에서 각 군산, 김제, 부안 등 기초단체마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문입니다. 저는 위원장으로서 중앙에서 틀을 잡고 지역에서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새만금에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내년 무엇을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새만금 사업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여러 부처가 참여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신시도에 자연휴양림 완공, 스마트 수변도시 착공, 태양광 발전시설 착공, 신시-야미지구 관광·레저용지 개발이 가시화되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2단계 새만금 기본계획수립입니다. 새만금사업 1단계가 2020년에 끝남에 따라 2021년부터 사업계획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건 변화를 어떻게 반영해 얼마나 기본계획을 잘 수립해야 할지 이 사업이 내년에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 부임 당시 도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위원장님 생각에 새만금과 관련해 도민들의 어떠한 기대와 우려가 있는 것 같으신지요.

“위원장을 하면서 매스컴은 되도록 접촉을 피했습니다만, 도민의 이야기는 의식적으로 자주 들었습니다. 전라북도의 발전에 대한 꿈도 있으며 환경 및 생태 파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30여 년 전부터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새만금의 기대와 우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2000년 새만금 리포트라는 책을 쓴 당시 전북일보 문경민 기자의 글을 보면. ‘환태평양시대 물류와 산업의 중심’부터 ‘멈춰야 하고 멈춰야 하는 재앙’이라는 양극단적 주장이 나옵니다. 부딪힘과 뒤섞임의 리포트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조금씩 개발과 환경에 닿을 수 있는 부분이 생겨나고 소통도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욱 배려와 양보가 필요합니다.”

 

- 새만금 개발과 관련해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지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해수유통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수유통 여부에 따라 개발의 큰 틀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해수유통 문제는 지난 총선 때 표면화되었습니다. 지난 11월 24일 새만금위원회에서는 ‘배수갑문 확대 후 논의’하는 것으로 정하였습니다. 해수유통의 여부는 환경뿐만 아니라 농업용수, 도시, 해양 등 새만금 개발과 관리에 큰 틀을 바꾸어 놓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농업·환경·해양·도시·문화 각 분야 전문가로 되어 있는 새만금 민간위원회에서는 두 차례의 비공개토론회를 가진 뒤, 다섯 가지 합의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제2단계 수질 개선 후속대책에 반영할 것입니다.”

 

- 새만금 민간위원회에서 정한 다섯 가지 합의안이 무엇입니까?

“다섯 가지 합의안은 ‘첫 번째, 담수화냐 해수유통을 양자택일 식으로 즉각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며, 되도록 빨리 향후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 일정기간 동안 환경부가 수질을 평가하여 해수유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전라북도청은 전문가 그룹에 의한 수질평가로 환경부를 지원할 것으로 권유한다. 세 번째 농식품부는 별도의 농업용수 공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네 번째, 물관리협의체(물관리 관련기관)를 구성해야한다(구성에 대해서는 환경분과 위임). 협의체에서는 용담댐 등 유량 문제도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다섯 번째 환경부의 후속대책 발표 이전 새만금 민간위원회(혹은 환경분과)에서 회의를 개최하여 논의한다. 새만금 민간위원회 환경분과는 비점오염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입니다.”

 

- 앞으로 새만금 개발의 주요 방향은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그렇습니다. 기본계획이 바뀌기 때문에 이정표가 만들어집니다. 현재 2단계 새만금 기본계획은 후속 수질 대책(환경부), 농업용수 공급 대안 및 농생명용지 토지이용계획 변경안(농식품부) 등을 반영해 2021년 2월 새만금위원회 심의를 부칠 계획입니다. 기본계획의 방향은 세 가지로 잡혀 있습니다. 첫째는 새만금을 그린뉴딜과 신산업 중심지로 재정립, 둘째 기본계획을 청사진에서 실행계획으로 전환, 셋째 공공역할 강화 및 투자 여건 개선입니다. 이를 위해 새만금 지역의 공간구조 및 토지이용계획, 선도사업계획, 부문별 계획, 수질관리계획 및 집행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이 내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위원장으로서 도민들에게 드릴 말씀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새만금 개발, 관리 및 환경 보전에 관해 많은 의견을 내주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보다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새만금 문제를 정치화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 소순열 위원장은…

취임 1년을 맞는 소순열(65)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은 농경제 분야 전문가로, 전북대 농업생명과학대에 재직하면서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5기·제6기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고, 전주학 연구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하며 새만금과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