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소띠 해인 2021년 신축(辛丑)년 새해가 밝았다. 예년과는 달리 설렘과 희망 대신 여전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와 함께 새해 첫 날을 맞아야 하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코로나19에 갇힌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 힘겨워졌고, 1년 내내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침체에 빠졌다. 2월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새해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우리의 일상을 코로나19와 싸우며 보내야 할 형편이다.
코로나19 위기속 혼란스런 대한민국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1개월 만에 하루 확진자 1000명을 넘나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해를 넘겨 이어지면서 국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존폐 위기에 놓인 자영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초 3차 재난지원금이 지원될 예정이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다.
국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정치권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헌정사상 최다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둔 민주당과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과정에서 빚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은 국론 분열을 불렀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된 일련의 상황이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전국 집값을 들썩이게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작된 부동산 광풍이 지방으로 번져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날 민심의 향배는 문재인 정부의 향후 안정적 국정 운영과 내년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북에도 예외없는 코로나19 위기
코로나19가 몰고온 위기는 전북도 예외가 아니다. 전북은 지난해 1월 31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1월 이전까지 100명대를 기록하던 누적 확진자 수가 대형병원과 요양원, 종교시설, 기업체 등에서 속출한 집단감염의 여파로 840명을 뛰어넘으며 지역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존폐 기로에 내몰렸고, 기업의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는 등 전북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지난해 11월까지 8600여명의 도내 근로자들이 550억원의 체불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올해 지역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걱정이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126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경영환경에 대한 기업 인식을 조사한 결과 78.6%가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되거나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지난해 12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서도 전북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89.4로 전월(98.4)보다 9포인트나 하락해 경기회복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만금·탄소산업 날개를 편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새해 희망도 있다. 새만금이 달라지고 있고 탄소산업도 날개를 달았다. 육상 태양광사업이 착공되는 등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국내 4대 기업인 SK그룹의 2조 1000억원 투자 등 기업들의 새만금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46개 기업이 3조 2085억원을 새만금에 투자해 4700여 개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새만금 동서도로가 개통되고 수변도시 건설이 시작된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동서도로 개통으로 새만금 내부 전체가 20분 거리에 놓이게 돼 내부개발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오는 3월 전주시 팔복동 (재)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승격도 전북의 희망이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은 탄소 소재 융복합기술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주관하게 돼 명실상부한 국가 탄소산업 컨트롤 타워가 된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의 조기 안착과 효율적 기능 수행을 위한 과제 발굴과 탄소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한 제도와 지원 환경을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
포스트 코로나, 희망 찬가 부르자
새해 전북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문을 닫은 지 4년이 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원팀 협력이 약하고, 지방의회도 온갖 추문으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선거 정국이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타 시·도가 초광역권과 메가시티 등 역내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북은 새만금 경계를 둘러싼 지자체간 갈등과 전주·완주 통합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묵은 현안을 해결하고 소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함께 잘 사는 전북을 만드는데 정치권은 물론 도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새해에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근면 성실하고 인내심 많은 흰 소의 상서로운 신축년, 도민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전북 발전의 희망 찬가를 함께 부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