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설 물가, 비상한 각오로 안정 나서야

물가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연초부터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값이 치솟고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밥상이 위태롭다. 치솟는 밥상 물가는 배달 음식을 비롯한 외식 물가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걱정스럽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설 명절을 맞아야 하는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격정보에 따르면 쌀 20㎏의 소매가격은 6만1059원으로 1년 전보다 18.2% 급등했고, 양파 1㎏ 가격은 3313원으로 무려 95.8%나 치솟았다. 대파(107%)·시금치(35.7%)·건고추(78.9%) 등의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수해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올해 초 한파까지 닥치면서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든 때문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도 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닭 살처분 등으로 계란 한 판(특란 30개) 가격은 7350원으로 지난해 5257원보다 39.8%나 올랐고, 닭고기 1㎏ 가격도 5897원으로 1년 전(5237원)보다 12.6% 상승했다. 통조림 등 가공식품과 콜라, 두부, 콩나물 가격이 올들어 줄줄이 오르거나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설 차례상 물가도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물가정보의 설 차례상 품목 물가 조사결과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은 29만1480원으로 1년 전보다 16.4%(3만4000원) 증가했고, 대형마트는 34만4200원으로 지난해보다 18.0%(5만2720원) 올랐다. 쌀과 축산물은 물론 채소와 과일값 상승으로 설 차례상 비용도 덩달아 상승했다. 월급 빼고 다 올라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가 급등에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를 방치해선 안 된다. 물가가 뛰면 부담은 결국 서민들이 안게 되고 민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지친 서민들의 입에서 물가 때문에 못 살겠다는 말이 나오게 해선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비상한 각오로 물가 안정에 더욱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