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의 고장’으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전북 임실군은 때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청정지역으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2일 임실군 덕치면 구담(九潭)마을을 겨울 비대면 안심관광지로 전국 25선에 선정, 코로나19 명승지(?)로 지정했다.
조선 중종때 지명이 임실(任實)인 한자어로 명명됐지만, 서울대 국어학 교수는 이곳을‘그리운 임이 사는 곳’으로 풀이했다.
전국에서 서울과 임실의 지명만이 고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학설을 주장한 학자의 말마따나 아름다운 고장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전체 가구수가 20여호에 그치는 구담마을은 섬진강 상류에 위치, 원시적 자연풍광을 오롯이 간직한 신선마을로 불려진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3시간, 전주에서 30분 거리인 이곳은 최근 자연풍광에 심취한 이방인들이 하나 둘 거처를 만들어 모여들고 있다.
1963년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 섬진강댐 구조물이 축조되면서 경남 하동까지 흐르는 225㎞ 길이의 섬진강댐에 멍울이 졌다.
당시 1만2000명에 달하는 운암과 강진면 주민 수천여명이 수몰민으로 전락, 타지로 쫓기는 불운이 감돈 인공 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민선 6기 심민 임실군수가 들어서면서‘섬진강 르네상스 시대’를 추진, 전국 최대의 휴양관광지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휴양관광지 조성을 위한 개발이 6년째 진행중이고 올해부터는 옥정호 붕어섬을 연결하는 전국 최장의 출렁다리와 짚라인이 설치된다.
인공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섬진강 상류는 유수량과 여울목, 강변환경 등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발생해 일부 자연환경이 파괴됐다.
섬진강댐 하류를 지나 강진면 소재지에 이르면 자전거대여소가 위치하고 강변을 따라 2㎞쯤 가다 보면 천담마을이 눈에 띤다.
도심의 빽빽한 빌딩 숲과 회색빛 구조물들을 벗어나 이곳에 발을 들이면, 무병장수와 불로장생을 절로 느끼게 하는 무릉도원이 펼쳐진다.
자동차와 잘 포장된 자전거 도로, 산책길 등으로 조성된 강변길을 또 다시 걷다 보면‘구담 녹색농촌 체험마을’표문이 반갑게 맞이한다.
구담마을은 흐르는 주변 강물에 아홉개의 소(沼)가 있다는 설과 자라가 많다는 설이 있으나, 전자의 지명이 유력하다.
조선시대 중기 해주 오(吳)씨가 정착한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현재 30여명의 주민들이 대부분 농업에 전념하고 있다.
구담마을 앞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1151m) 데미샘에서 발원, 인공호수인 섬진강댐을 거쳐 이곳에 이른다.
수년전부터 이곳에는 자전거길이 조성돼 섬진강댐 하구에서 구담마을까지 10㎞ 구간은 사시사철 단체와 개별 동호인들이 찾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임실군은 자전거대여소도 개설, 태초의 자연적 신비를 맛볼 수 있도록 편의도 마련했다.
자전거나 도보로 강변을 따라 2㎞쯤 지나면‘섬진강 시인’으로 유명세를 떨친 김용택 시인의 진메마을도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부터는 하얀눈으로 뒤덮인 산하가 흑백영화를 착각케 하는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기념촬영에 흠뻑 빠진 연인들은 그림속의 주인공이다.
구부러진 언덕 길을 따라 백설로 묻힌 산자락 아래 흐르는 강물은 보는이로 하여금 고즈넉한 외로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흐르는 물결 사이로 으스름이 솟아난 바윗돌에 홀로 선 백로는 먹이를 낚아 채기 위해 숨죽인 자태가 고고함을 자랑한다.
당구풍월(堂狗風月)이라 했던가, 멋모르는 어린이와 처녀 총각도 이곳에서는 시적 감각이 절로 터져 나오게 하는 풍경이다.
구담마을에 들어서서 좌우를 둘러보면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절경에 심취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도시민이라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이곳에 초가삼간을 들이고 픈 마음이 간절할 정도로 녹아드는 심신을 아늑케 한다.
겨울이기에 망정이지, 매화꽃이 울창한 봄이면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방문객의 혼을 어지러이 흐트려 놓는다.
한달여 남짓이면 푸르른 산과 하얀 구름, 간들어진 계곡사이로 흐르는 강물은 나그네의 짚신과 저고리를 풀어 해치는 마력을 지녔다.
마을 곳곳에 흐드러진 매화와 산야에 흩어진 진달래, 무리지은 철쭉은 한아름의 방문객들을 품기에 충분할 정도다.
여름이면 철없는 개구쟁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풍류를 즐기는 주사파들은 강에서 훔친 피래미 안주로 하루해가 짧기만 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가을이면 만산홍엽이 가족과 연인, 단체 소풍객을 손짓하고 내노라 하는 전국의 사진작가들은 작품구상에 한창이다.
1998년 영화‘아름다운 시절’과 ‘춘향전’영화 촬영지로 소개된 구담마을은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힘입어 마을에서는 방문객을 대상으로‘쉬어가는 체험마을’을 운영, 동네자랑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숙박객은 지양하고 임실군 행정에서는 방문객들에 사회적거리두기 등으로 감염예방에 총력을 쏟고 있다.
반면 비대면 방문객에 불편이 없도록 각종 편의가 제공되고 마을안내 및 각종 자료제공 등 쉬어가는 휴양지로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