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배기 첫째에 이어 둘째도 학대 ‘알고도 막지 못한 비극’

생후 2주 남아 숨지게 한 20대 부모, 첫째 학대 혐의로 재판 중
전문가 “출산·양육 지원 및 아동학대 전담 부서 통합관리 필요”
전북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 토대 살인죄 적용 검토 중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생후 2주 된 아들을 숨지게 해 구속된 20대 부모가 이미 한 살배기 딸을 학대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끔찍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꼼꼼하고 빈틈없는 아동보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경찰청은 익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생후 2주 된 남아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A씨(24)와 그의 아내 B씨(22)를 지난 12일 구속했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들 부모의 아동학대는 이번 남아 사망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전주 거주 당시 첫째 여아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즉각 분리 조치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지난해 말 익산으로 이사해 올해 초 둘째 아이를 낳았고, 출산 이후 사례관리를 위한 가정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와중에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

아동복지법이 보호대상아동의 가정환경에 대한 조사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보호조치시에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사와 출산 등이 맞물리면서 첫째 아이 학대 가정에서 둘째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학대피해아동 보호현황(2019) 중 학대행위자 현황을 보면 전체 사례 3만45건 중 부모(계부모·양부모 포함)가 2만2700건으로 무려 75.6%에 달한다. 재학대 사례에서도 전체 3431건 중 부모의 재학대가 3244건으로 무려 9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부모가 아동학대 가해자가 될 경우 학대 조사·학대 인정이 쉽지 않고 재발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일선 시·군의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등 관련 기관이 전문성을 살려 협력함으로써 근본적인 예방과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첫째 아이 사건에서 부모가 분리됐을 뿐 해당 가정에 대한 면밀한 관리 등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전형적인 사례”라며 “일선 자치단체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을 하는 부서와 아동학대 신고·조사·사례관리를 전담하는 부서간 정보공유와 협업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전북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숨진 남아 사인에 대한 1차 소견(외상성 뇌출혈)을 토대로 살인죄 적용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송승욱·최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