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에서 깨어나면 하루의 일상이 시작된다. 대부분 사람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일상을 마무리 할 것이다. 하루하루의 흔적이 쌓이면서 훗날의 큰 그림에 다가가길 기대할 것이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적 본능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질서가 있다. 그것이 물리적 존재이든 심리적 상태이든 상관없다. 질서의 본질은 균형이다. 혼탁한 질서가 균형에 이르기까지는 시행착오 등 험난한 과정을 거치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무너지는 데는 한 순간이다.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되어 새로운 질서가 재편중이다. 인류 역사에서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같은 시간대에 전 인류가 똑 같은 시련을 겪어 본 적이 없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세계 각 국가에는 정치적 국경만 존재하지 그 외에는 통제할 수 없는 초연결사회가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하물며, 한 국가 내에서 살아가는 개인 간의 거리는 말 할 것도 없다. 거기에 더해 에너지 혁명이 기다리고 있고, AI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 1년 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대부분의 분야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자영업자가 가장 힘들 것이다. 매출은 반 토막이 아니라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임대료, 급여, 각종 공과금, 세금, 가족의 생계비는 오롯이 그의 몫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기나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긴급 운영자금도 바닥이 났다. 그 운영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렸지만 상담순서 번호표만 받았고, 또 며칠을 기다린 끝에 상담을 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하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지난 1년 간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기관인 전북신용보증재단이 지원한 규모는 4만여 건에 9000억 원에 이른다. 평상시 지원규모의 3배에 달한다. 올 한해도 지난해에 버금가는 지원이 계속될 전망이다. 외환위기를 비롯 사스, 글로벌 금융위기, 메르스 등의 위기가 있었지만 사실 그것들의 영향은 국소적이었다. 금융 또는 실물 중 어느 한 곳에 제한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적어도 자영업자에게 코나로19는 전 방위적이다. 금융, 실물을 가리지 않고 소위 융단 폭격을 맞은 피해를 입고 있다. 자영업자의 능력으로는 사전 대비할 수도 사후 처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가 준 피해 회복에는 적어도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희생을 담보로 코로나 방역을 실시해 왔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역량 껏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은 지속가능 공동체를 위해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내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지금부터는 자영업자가 입은 피해 규모 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에 비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자영업자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잃어버린 시간과 그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빌린 대출금은 오롯이 자영업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자영업자는 우리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의 위협을 그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 ‘유항산 유감(有恒産 遺憾)’이라 했다. 물질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집안이 평안할 리 없다. /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