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아닌, 군수 같은 군의원 몽니

국승호 제2사회부 기자

(가) “위탁동의안, 제출하지 마세요!” (나) “늦게 제출한 것은 잘못 아닌가요?”

(가)와 (나)는 진안군의회 이우규 의원이 담당부서인 사회복지과를 상대로 한 말이다. 갑질로 고발된 B관장이 해임되고 신규수탁자를 급히 필요로 하는 진안군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 관련 위탁동의안 제출 여부를 두고서. 한 사람의 발언인데, 내용이 정반대라는 점이 흥미롭다.

(가)는 군청 사회복지과 직원들이 군의회에 ‘위탁동의안’을 제출하기 전, 협조 요청을 위한 사전 설명차 이 의원을 만났을 때 이 의원이 했던 말이고, (나)는 지난 9일 ‘위탁동의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에서 이 의원이 공식 거론한 말이다.

(가)는 장막 속 발언, (나)는 무대 위 공개발언인 셈이다.

여기서 (나)는 늑장 제출을 나무라는 예쁜(?) 질책처럼 들릴 수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고 제출된 동의안 대한 사실상의 불쾌한 책망이라는 것. 논란의 동의안은 반대입장에 서 있던 의원들 덕에 통과됐다. 이 의원이 체면을 구겼음은 물론이다.

발언 (나)를 두고 두 가지 지적이 나온다.

첫 번째는 옹졸함이다. 애로사항이 불 보듯 뻔한데도 ‘자기식 논리’로 ‘즉시직영’을 주장하며 고의든 아니든 집행부 스텝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라면 진정성 있게 공개 사과했어야 했다. 그런데 자기성찰 없는 질타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리석음이다. ‘장막 뒤’에서 일어났다 하여 세상이 모를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사전협조요청 자리에서 위수탁을 부정하며 ‘자기식 논리’로 본분 벗어난 ‘즉시직영’을 주문했다면 그 말이 발을 달고 천리를 가지 않겠는가.

이 의원의 주문과 질문에 대해 ‘군수 아닌, 군수 같은 몽니’라는 평이 나온다.

봄날 아침, 예쁜 정치 싹틔울 충고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알을 깨고 나오라.” 소설 ‘데미안’속 이 말이 이 의원의 예쁜 정치에 밑거름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