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주문 기기나 자율 계산대가 요즘 가는 곳 마다 있던데, 눈이 깜깜해서 화면에 글씨도 잘 안보이고 불편해서 거의 안 쓰죠. 줄이 길더라도 기다렸다가 직원이 직접 해주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겠죠?”
지난 13일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전주지역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전주시민 최모 씨(66)는 비교적 한산한 무인 자율 계산대를 한번 둘러봤다가 대기 줄이 긴 일반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 씨는 “젊은 사람들은 무인 기계에서도 알아서 척척 계산하고 가던데, 나이가 들어 기기를 빠릿빠릿하게 다루지 못하다보니 일일이 물어보기도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추세에 맞춰 대형마트, 편의점, 카페 등에서 무인 주문·자율 계산 시스템이 확대됐지만 이 가운데 정보격차를 느끼는 어르신들의 고충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전북지역에서도 무인 주문 기기와 자율 계산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 ‘키오스크(kiosk)’가 대표적이다. 상품 선택과 주문 부터 상품 가격을 스캔하고 결제수단을 선택해 지불하는 모든 과정을 고객이 스스로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년층에서는 어렵고 낯설다는 이유로 무인 주문·자율 계산 시스템을 기피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직원호출버튼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주부 김모 씨(38·전주시 송천동)는 “구매도 계산도 고객들이 셀프로 하는 시대로 가고 있는데 부모님 세대 어르신들은 여전히 불편하다고 말씀하신다”며 “키오스크 주문이나 셀프 계산대 이용 방법을 여러 번 알려드렸지만 혼자 하실 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직원들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대면 소비가 불가피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심화되는 세대간 정보격차를 줄이려면 시스템 이용에 따른 불편을 개선하고 이용법에 대해 홍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비대면 선호 현상 등과 맞물려 무인 주문·계산 시스템도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기기 조작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령 소비자들의 고충을 듣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사업자에게 제공하겠다”면서 “고령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비대면 거래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안내할 수 있는 카드뉴스와 동영상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