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 있어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무조건 혁신이라 할 수는 없으며, 새로움이 시대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혁신이라 부를 수 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혁신을 “소비자들이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원이 가진 잠재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이고, 없던 것 혹은 좋지 않은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이다. 이렇듯 혁신은 넓은 의미에서 가치 창출의 활동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혁신이라는 기술 변화를 통해 공장과 사무실, 병원, 학교, 집 그리고 모든 사회기반시설에 수십억 개에 달하는 컴퓨터와 센서, 로봇 기술이 투입되는 세상을 만날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달과 변화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업의 스마트팜과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자동화된 설비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기대를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두려움도 준다.
이처럼 혁신은 파괴와 창조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가리켜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로 정의하였다. 슘페터는 새로운 기술을 바로 받아들이는 시장경제의 특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낡고 비효율적인 것들을 몰아내는 영향력 모두 시장경제가 가진 빛과 그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1차 산업혁명인 이른바 농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새로운 파괴와 창조는 우리의 삶을 계속해서 바꿔왔으며, 이는 ‘창조적 파괴’라는 것이 성장을 위해 우리가 늘 경험해 온 일반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이 제안한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도 나오고 있다.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이 시장경제하에서 가지는 공통점은 기존 기업과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지만, ‘창조적 파괴’가 우월한 기술에 의한 시장 창출을 지향하는 것인 데 비해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대와 전혀 다른 기능이나 내용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것에서 그 추구하는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앱 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소비패턴을 만들어 기존의 소프트웨어 유통산업 및 셀룰러폰의 퇴장가져왔다는 점에서 ‘창조적 파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스마트폰을 제조원가 수준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업체로 성장한 샤오미와 DVD 대여 업체에서 온라인 기반 스트리밍 콘텐츠 사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넷플릭스 등은 대표적인 ‘파괴적 혁신’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혁신을 위한 파괴와 창조의 과정이 비록 오늘날의 새로운 현상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그리고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파괴와 창조에 따른 변화가 누구는 기회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크나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에 따른 양극화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