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은 2017년 재량사업비 관련 비리로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생색용 사업과 검은 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재량사업비에 대한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일부 의원들이 재량사업비를 사용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거나 자신과 관련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어떤 의원들은 타 지역구 의원과 ‘품앗이 집행’을 하거나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 몫을 가져다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 전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상당수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다른 지역구에 재량사업비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도내 학교에 8개 사업을 지원한 의원은, 이 가운데 6건을 다른 지역구에 썼으며 공사를 담당한 업체도 모두 같은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명의 현역의원이 업체들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기소돼 법의 철퇴를 맞았다. 전북도의회는 재량사업비가 반복적으로 비리의 온상이 되고 의원들이 수사 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여론에 굴복해 의원들의 재량사업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었다. ‘재량 사업비’는 폐기되었지만 ‘주민 참여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재량 사업비가 유지되어 의원 1인당 수억원의 세금이 의원들의 지시 하나로 특정 사업과 업체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기존 주민참여예산과는 전혀 취지와 목적이 다르고 절차도 생략된 채 쓰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민 참여예산 제도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효자 1·2·3동의 재량사업비 사업 파동도 과거의 사례와 한 치도 차이가 없다. 의원의 쌈짓돈인 재량 사업비를 예산 사용의 절차도 생략된 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용하려 한 것이다. 사업 개시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업체가 재량 사업비를 노려 브로커(시의원 또는 관계인)를 두고 의원들을 조직하여 동일한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한 것이다.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사 업체의 요구에 의한 공사 성격이다. 이번에도 멀쩡한 방충망을 뜯어내고 방진망 공사를 시행했다. 시공업체인 클리어 창(전주대학교 도서관 건물 입점 업체)이라는 회사가 의원의 재량 사업비를 이용하여 경쟁 없이 미세먼지 방지 방충망을 대대적으로 공사한 사건이다. 효자 1·2·3동의 지역구 의원을 앞장 세워 5800만 원 상당의 방진망 공사를 시행한 것이다. 42개 경로당 중 41개 경로당 공사를 완료하였으나 대금을 지불받으려는 와중에 사건이 터져 전주시는 계약서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며 업체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시공업체는 공사를 다 해놓고도 생뚱맞게 재능기부라는 말로 어영부영 없던 일로 은폐하려는 사건이다. 추측건대 만약 사업을 시행한 회사 대표가 지난 2월, 완산경찰서에 사문서 위조와 사기 등으로 고발되지 않았다면 예산이 차질 없이 집행되고 사건이 표면화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조달청 등록 업체도 아닌 회사가 의원 재량사업비를 이용해 수억 원 상당의 사업을 수행하려 하다가 사건이 불거지자 없던 일로 한 것이라고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수 사건도 분명한 범죄이다. 특히 사업비 부풀리기나 수수료 챙기기. 뇌물 등의 범죄 혐의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해야 한다. 이미 공익 제보자를 통해 내용을 확보하고 경찰 수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있다. 대충 봐주기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한다면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과 책임이 커진 경찰에 대한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내사가 아니라 적극적인 공개수사를 해야 한다. 범죄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찰의 수사를 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부패방지시민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