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는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려 있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그 노래를 배우고 따라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등대는 우리들 마음 속에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선박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인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등대였다. 육지가 없는 망망대해에서는 나침반과 별자리를 보며 운항을 할 수 있었지만, 육지와 가까워지면 곳곳에 숨어있는 암초와 여러 지형지물들을 피해 안전하게 항으로 입항하기 위해서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등대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잡이 역할을 했다. GPS, 레이더, 바다 내비게이션 등 항행안전 장비가 발달한 현대에도 등대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등대는 1903년에 만들어진 팔미도등대이며, 전라북도 관내에는 그보다 9년 늦은 1912년에 어청도등대가 건축되었다. BC 250년경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등대인 파로스등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등대 역사는 매우 짧다고 할 수 있다.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이자 해양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세계 제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높이 100미터가 넘는 파로스등대를 만든 반면, 우리나라는 서양인들을 오랑캐라고 업신여기고 배척하면서 쇄국정책을 고집하였다. 팔미도등대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운요호 사건(1875년) 이후 일본과 강제로 체결한 강화도조약(1876년)에 따라 인천항 개항을 위해 타의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 등대 역사의 태동은 암울하지만 해양을 통해 부를 창출하고 국가발전을 도모하고자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한 이후 해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등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언제나 따스했으며, 이를 반영하듯 최근 드라마나 영화, 광고,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등대를 배경으로 촬영한 장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해양문화를 더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유인등대를 중심으로 등대 구내와 그 주변에 전시실, 전망대, 체험숙소 및 관광 편의시설 등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등대해양문화공간 운영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해양문화시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들의 체감효과가 가장 큰 시설은 등대체험숙소이다. 산림청의 경우 전국 주요 산림에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를 만들어 국민들이 지친 심신을 쉬고 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휴가철마다 국립자연휴양림 이용권을 얻기 위한 일반 국민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해양수산부도 유인등대 중 4곳(가덕도, 속초, 거문도, 간절곶)을 일반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등대체험숙소로 운영하고 있으나 숙소수가 너무 적어 국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쾌적한 등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양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설과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등대체험숙소 확대를 통해 모든 국민들이 낭만이 가득한 등대에서 추억을 만들고 해양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신 해양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