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멧돼지 포획활동 놓고 ‘의견 분분’

시, 주민 안전 및 농작물 피해 예방 위해 매년 엽사 활용
일부 시민들, “엽총 살생 중단… 상생방안 찾아야 할 때”

청암산에서 멧돼지 포획활동에 반발하고 있는 시민단체 모습.

“멧돼지로 인한 주민들의 농작물 피해가 막심합니다. 인명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포획활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멧돼지도 소중한 생명입니다. 엽총을 사용한 잔인한 살생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군산에서 때 아닌 ‘멧돼지 포획활동’ 논란이 일고 있다.

야생 멧돼지가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유해 동물인 만큼 제거해도 된다는 입장과 엄연히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

군산시가 지난 31일 총기를 이용한 청암산 야생 멧돼지 포획활동에 나선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현장에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는 청암산 인근에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탐방객들의 안전 및 농작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1년에 한 두 차례 멧돼지 포획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도 군산경찰서 협조 하에 탐방객 입산을 통제하고 ‘군산시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의 도움을 받아 2마리의 멧돼지를 잡았다.

시가 지난 2019년부터 청암산 일대에서 잡은 멧돼지만 총 6마리로 알려졌다.

시의 이 같은 포획활동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농민들은 “정성껏 키운 농작물을 멧돼지가 사정없이 다 파먹고 훼손시키다보니 피해가 크다”며 “(엽총을 사용해서라도)포획활동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이날 멧돼지 포획현장을 찾은 시민단체인 ‘야생동물 공존과 환경정책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리통 모임’은 군산시의 동물 정책에 반발하며 “멧돼지 등을 유해동물이라는 맞지 않는 프레임을 씌우고, 싹쓸이식 살생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자연을 대하는 정책은 생명 존중을 기반으로 해서 다뤄져야 한다”며 “야생 동물들을 죽여야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 선봉으로 나선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공동단장은 “멧돼지 등 야생동물에 대한 엽총살생 등 반생태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야생 동물과의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의 한 관계자는 “동물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시민 안전과 피해 예방이 먼저”라며 “불가피하게 엽사를 통한 포획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갈수록 멧돼지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다만 다른 예방 방법이 있는지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군산지역 멧돼지 피해건수는 지난 2019년 64건에서 지난해 152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이 기간에 포획된 멧돼지는 2019년 109마리, 지난해 122마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