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평생 산중에서만 살던 어느 60대 노인이 나와 함께 선유도행 여객선에 몸을 실은 적이 있었다.
그의 섬 지역 방문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런 만큼 배를 타는 것도, 바다를 보는 것도 낯설었다.
당시 여객선을 타고 군산항을 떠날 때는 바닷물이 넘쳐났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왔을 때는 바닷물이 쑥 빠진 때였다.
노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까 군산항을 떠날 때 그렇게 넘실대던 바닷물은 다 어디 갔나?”
나는 너무나도 상식적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재차 물었고 나는 답을 해주었다.
“우리가 나갈 때는 바닷물이 들어온 밀물 때였고, 돌아올 때는 바닷물이 빠진 썰물 때였다고...”
그는 그때야 “아하! 이게 바로 밀물과 썰물이라는 게로구나”하면서 “이제야 밀물과 썰물의 개념을 확실히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밀물과 썰물의 의미를 이론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평생 한 번도 바다를 접해보지 않아 밀물과 썰물의 현상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 개념을 명확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단어의 개념을 명확히 알려면 그 단어가 실제(實際)와 접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개념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과일인 ’사과’는 실물과 함께 파악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이론적으로 사과에 대해 안다고 해도 추후 실물을 접했을 때 그게 사과인 줄 명확히 아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특히 항만용어는 더욱 그렇다. 전문 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항만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바다의 생리, 선박, 해운 등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러나 전북도 등 도내 행정기관에는 항만 용어를 기본적으로 잘 아는 전문가가 거의 없는데다 항만부서에 배치된 공무원은 보통 2년 정도면 교체된다.
이 기간은 항만 용어와 관련 법규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기에 부족한 시간이다.
항만에 대해 어렴풋이 알 때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다.
이런 인사로 항만행정의 전문성은 떨어지고 연속성이 끊긴다. 항만발전을 위한 기획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항만관련직제를 두고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일부러 마련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비판까지 대두된 상태다. 오늘날 항만인사행정의 현주소다.
빠르면 4년 후 새만금 신항이 뱃고동을 울리면서 도내에는 군산항과 함께 2개의 항만이 운영된다. 그만큼 항만에 대한 행정수요도 많아진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항만전문가를 육성치 않는다면 전북은 양질의 새만금 신항과 군산항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내 다른 항만과의 경쟁에서 뒤져 최하위권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물류비용부담을 최대한 낮춰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려는 자치단체간 물류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반면 전북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위인설관에 안주하고 있지 않는지 묻고 싶다.
밀물, 썰물의 이론적인 개념만 알아서는 헛발질을 하기 쉽다.
현장에서는 도내 지방 행정기관에 항만 전문 인력의 수혈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이제 항만 전문인력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