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때 어머니와 이어주는 탯줄부터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까지, 다층적인 관계를 형상화한 작품이 찾아온다.
갤러리(gallery)숨은 올 전시기획 ‘공간-공유’의 첫 번째 작품으로 고보연 작가의 ‘관계_그 이어져 있음’을 선보인다. 전시는 5일부터 17일까지다.
작품은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 태아로 있을 때 의지하는 탯줄부터 사회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묘사한다.
고 작가는 탯줄을 두 가지로 범주화한다. 태아가 생존할 수 있도록 영양분을 제공하는 물리적 탯줄과 어머니와 평생 정신적인 존재로 연결되는 심리적 탯줄이다. 그는 “물리적 탯줄을 끊는 데는 30초지만, 정신적인 탯줄을 끊는 데는 30년도 더 걸린다”며 “어머니들은 평생 자식을 품고 살아가며, 우리는 삶의 고단함 앞에서 어머니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사회 속에서 맺는 다른 인간과의 관계도 묘사한다. 인간이 태어날 때는 어머니와 연결돼 있듯이 태어난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서 살아간다는 게 고 작가의 관점이다.
그는 “작업을 하다보면 작품 제작을 도와주는 작가님들과 지인들이 소리 없이 앉아 솜을 넣거나 바느질을 한다”며“그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자연스러우며 인간미마저 흐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의 탯줄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듯 보이지 않는 주변의 수많은 탯줄과 같은 가치들이 우리를 보호함을 알게 된다”고 부연했다.
작품이 담고 있는 함의처럼, 고 작가는 최재희 안무가(더 몸대표)와 협업작업을 했다. 최재희 안무가는 여성이 경험하는 생명의 태동부터 세월을 따라 순종하는 여성성, 자신의 탯줄로부터 연결된 이들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 등을 신체적 언어로 표현했다.
고 작가는 전북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드렌스덴 미술대학에서 Diplom, Meister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군장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미술공감채움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전은 1996년부터 2020년까지 18회, 단체전 및 기획전은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지난 1996년 한전프라자 신진작가로 선정된 이후, 전북청년미술상, 군산미술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