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의 몰락과 귀환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모든 업적은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룰라’란 이름으로 친밀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2010년 임기를 마치면서 눈물로 전한 퇴임사다. 그를 두 번이나 선택했던 브라질 국민들은 그해 12월, 퇴임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87%의 높은 지지율로 그를 환송(?)했다.

1945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학교교육이라고는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 열네 살 때 정식 노동자가 된 그는 노동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익을 위해 앞장선 그는 뛰어난 지도력으로 신뢰와 지지를 받았다. 군부 독재 정권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파업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는 1980년 노동자당을 창립해 정치에 입문했다.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선거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그는 네 번째 도전한 2002년 대선에서 당선했다. 강경 노조 지도자, 급진 좌파의 이미지를 벗고 중도 좌파로 변신한 덕분이었다. 빈곤과 심각한 국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층에 집중했던 그는 ‘볼사 파밀리아’ 같은 사회 지원 프로그램으로 브라질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그가 집권했던 8년 동안 브라질은 국가 부채를 해결했고 빈민은 줄었으며 세계 8위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퇴임한지 7년 만에 뇌물 수수혐의를 받는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했다. 2014년 시작된 부패척결수사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감독 페트라 코스타)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그의 후견인인 국민 영웅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카니즘에 의해 탄핵이 되고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하는가를 기록한 영화다.

부패척결을 내세운 일명 ‘세차 작전’. 수사 지휘에 나선 세르지우 모루 검사의 집요하고 편파적인 수사방식, 그런 모루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마치 권력비리를 캐고 있는 양 착각하는 언론의 여론몰이, 정치적 셈법에만 몰두해 있는 정치인들의 공격 등 영화에서 만나는 면면들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지난 3월초 브라질 대법원이 룰라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실형을 모두 무효화했다. 피선거권을 빼앗겼던 룰라에게 출마의 길이 열리면서 브라질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모양이다. 이미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룰라는 1위다. 브라질 국민들이 룰라의 귀환을 반기는 이유가 있을 터.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