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한산도대첩·행주대첩·진주성대첩이 꼽힌다. 그러나 왜적을 물리친 데는 이들 대첩만이 있었던 게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바람 앞에 등불로 놓인 국가를 지키는 데 전북과 전북 민초들의 활약 또한 눈부셨으나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나 지역사회의 관심은 미흡하기만 하다.
대표적인 게 웅치(진안과 전주사이 고개)·이치전투(완주군 운주면과 금산군 진산면 경계)다. 양 전투는 왜군의 전라도 진격작전을 저지하며 왜군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점에서 3대 대첩과 비교할 때 결코 기울지 않는 전투로 평가받아야 함에도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전북인들의 임란 당시 활약은 전국에 걸쳐 있다. 고창유림이 진주성 싸움과 경상도 전투에 참여했고, 이치전투에서 참여자들은 행주대첩서도 활약했다. 왜군의 2차 침입인 정유재란 때는 전라도 곳곳이 유린됐으며, 특히 부안 호벌치와 남원전투에서 큰 희생을 치렀다.
임란 당시 전북인들의 국가를 지키려는 이런 노력과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와 자료정비, 성역화 사업은 다른 지역에 비해 미진하기 짝이 없다. 경북에서는 <경북의병사> (1990년) <대구지역 임진란사> (2017) <경북지역 임진란사> (2018)가, 전남에서는 <호남지방임진왜란사료집> (1990)이 발간됐다. 전남도는 2024년까지 440억원을 들여 나주 36만㎡에 남도 의병역사 박물관 건립 계획까지 최근 내놓았다. 부분적인 연구만 진행된 전북과 대비된다. 호남지방임진왜란사료집> 경북지역> 대구지역> 경북의병사>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북 임진왜란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작업이 요구된다. 관찬·사찬기록, 각 문중 소장 자료, 일본·중국의 고문서 등을 망라한 체계적 연구와 자료집 발간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계의 몫으로만 방치하지 말고 자치단체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임란 역사를 산교육장으로 활용하는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치·웅치 전적지만 하더라도 전적비 하나 덩그렇게 세워두고 지방기념물로 기리고 있을 뿐이다. 전북도가 웅치전적지를 국가사적지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역 임란사를 바로 세우고 지역민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자치단체와 학계가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따라야 할 것이다.